검찰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현직검사인 A부부장검사와 검찰 출신 이모 변호사 등을 재판에 넘겼다.
다만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주장해 온 ‘술 접대 은폐’, ‘여권 정치인 회유’, '짜맞추기 수사’ 등 의혹에 대해선 무혐의로 결론냈다. 그동안 김 전 회장은 옥중 입장문을 통해 수차례 의혹을 제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김 전 회장이 제기한 ‘수사무마 의혹’을 근거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피고인의 일방적 주장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A부부장검사와 김 전 회장, 검찰 출신 이 모 변호사 등 세 명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김 전 회장에게 536만원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이 주장한 술접대 자리가 실제 있었다고 결론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A·B 부부장검사, C검사, 검찰 출신 이모 변호사 등 네 명을 상대로 53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술자리 접대가 있었다. 술자리에는 A·B부부장검사와 C검사, 이모 변호사, 김 전 회장,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있었다. 술자리는 18일 오후 9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이어졌다.
다만 검찰은 B부부장검사와 C검사는 술을 마신 기간이 짧았다고 보고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은 오후 11시 이전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B부부장검사와 C검사가 자리에 없던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1시까지의 향응수수액을 제외했다. 그 결과 향응수수액이 각 100만원 미만으로 김영란법 적용이 어렵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법원 판례와 국민권익위원회 해설서 등을 참고해 이같은 법리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에 제기한 ‘여권 정치인 회유’, 짜맞추기 수사’ 의혹도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이모 변호사가 지난 5월 초 ‘남부지검 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끝났다. 여당 정치인과 강기정 청와대(정무)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검찰총장)에게 보고한 후 조사가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같은 회유를 “수사팀에게 직접 들은 것이 아니다”고 진술했다. 또 김 전 회장은 이모 변호사를 접견하기 전 다른 변호인들과 이미 ‘정관계 로비 의혹을 진술해 만기보석으로 석방하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사가 진술 대부분을 작성해 책임자에게 인터넷으로 공유하면 수사 책임자가 원하는 대로 내용을 수정한 뒤 본인에게 인정시키는 식으로 수사가 시작됐다”는 ‘짜맞추기 수사’ 의혹에 관해서도 검찰은 “김 전 회장 조사 당시 변호인이 대부분 참석했고, 변호인도 수사 절차에 대해 이의 제기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야당 정치인 로비의혹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김 전 회장 주장에는 “김 전 회장이 아닌 3자에게 의혹을 제보받아 이미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밖에 ‘라임사태 공범인 김 전 행정관에게 증인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는 의혹, ‘부장검사 배우자에게 선물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사실무근으로 결론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김 전 회장 주장을 사실 관계 확인도 없이 따라 무리하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라임 사건’ 수사를 지휘해온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해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며 지난 10월 22일 사의를 표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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