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선사 HMM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에 10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이 몰렸다. 최근 실적 개선에 힘입어 주가가 ‘고공행진’하자 큰 시세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매수에 뛰어들었다. CB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발행회사의 신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9일 HMM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 7~8일 2400억원어치 CB 발행을 위해 진행한 일반공모 청약에 약 9조5352억원의 매수주문이 쏟아졌다. 3년 만기인 해당 CB는 오는 10일 연 1.0%의 금리(만기 수익률은 연 3.0%)로 발행된다.
투자자들은 나중에 HMM의 CB를 주식으로 바꿔 큰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청약에 참여했다. 투자자들은 내년 1월10일부터 이 CB를 주당 1만2850원에 HMM 신주로 바꿀 수 있다. 전환가격이 이날 종가(1만2750원)보다 높지만,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내년엔 두둑한 수익을 올릴 것이란 기대가 조성돼있다. 지난 3월23일 2190원까지 추락했던 HMM 주가는 그 후 8개월여간 6배 가까이 뛰었다.
장기간의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부활 신호를 쏜 것이 주가를 강하게 밀어올리고 있다. HMM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367억원을 내며 2015년 1분기 이후 21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에는 영업이익을 4137억원으로 늘리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예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여파로 급감했던 글로벌 해운물동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운임이 대폭 상승한 덕분이다. 한동안 관심을 접었던 증권사들은 하반기 들어서부터 HMM에 대한 분석자료를 활발히 내놓기 시작했다.
HMM은 이번 CB 발행을 통해 마련한 2400억원을 내년 만기를 맞는 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지난 9월 말 기준 총 차입금은 6조140억원으로 이 중 1조3008억원을 1년 안에 갚아야 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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