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를 앞두고 투자자들에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백신 접종의 효과가 언제 얼마나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낙관론은 자산가격 거품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도규상 부위원장(사진) 주재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열고 시장 전문가들과 내년 금융시장 전망과 연말 기업자금시장 동향 등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초로 2700선을 넘어선 점에 대해서 코로나19에 대한 안정적 대응 및 기업실적 호조, 원화 강세, 반도체 경기회복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도 부위원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60조원을 순매수하며 우리 증시의 빠른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며 “앞으로 공매도와 기업공개(IPO) 제도 개선, 불공정거래 제재 강화 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영국 등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제활동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이달 백신 접종을 개시하는 미국에서도 내년 5월 이후에나 집단면역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도 부위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실물경제와 괴리된 자산가격의 상승의 위험성을 지적했다”며 “고수익·고위험 자산일수록 코로나19 재확산 등 외부변수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금융위는 올해 말까지 적용키로 했던 은행권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산정 시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가중치 하향(100%→85%) 조치는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도 부위원장은 "40년 이상 초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단계적 도입 방안도 서민주거 안정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오형주/박종서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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