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대상 24곳 새로 포함…규제 피하려면 지분 4조원 팔아야

입력 2020-12-09 17:31   수정 2020-12-10 00:51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 경제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내부거래 규제 대상 기업 확대다. 내부거래 규제를 받는 대기업 계열 상장사의 총수일가 지분 보유율 기준이 현행 30% 이상(비상장사는 20%)에서 20% 이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안이 시행되는 내년 말부터 삼성생명, 현대글로비스, SK(주), 한화 등 총 24곳이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내부거래 규제를 받는 기업의 계열사 중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50%를 넘는 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지난해 말 지분율을 기준으로 SK머티리얼즈 등 총 381개 기업이 공정래거래위원회 감시 리스트에 추가된다.

기업이 규제를 피할 방법은 내부거래를 줄이거나 총수일가 지분율을 낮추는 것이다. 이들 기업 중엔 경영상 필요와 효율성에 따라 내부거래를 하는 곳이 적지 않다. SK그룹의 SI(시스템통합) 사업을 담당하는 SK(주), 현대차 물류를 책임지는 글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상 목적으로 하고 있는 내부거래를 줄이기는 어려워 기업들은 총수일가 지분을 20% 밑으로 낮춰 규제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24개 상장사가 팔아야 할 주식 규모는 9일 종가를 기준으로 SK(주) 1조5684억원(9.08%), 현대글로비스 6949억원 등 4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대규모 주식 매각이 이뤄지면 해당 기업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총수일가 지분율도 10%대로 떨어져 경영권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각종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도 크게 늘어난다. 담합에 따른 과징금은 이를 통해 거둔 매출의 10%에서 20%로 상향됐다.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는 관련 매출의 3%에서 6%로, 불공정거래 행위는 2%에서 4%로 오른다. 대기업집단에 속한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와 관련해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은 유지됐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2018년부터 추진됐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검찰 사이의 갈등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전속고발권 폐지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에 수혜를 주기 위해 청와대가 주도해 논의됐다며 “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형사고발 증가를 막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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