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해고·실직자 등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제한 규정이 삭제됐다. 당초 정부안에는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및 시설 사용에 관해 노사 간 합의된 절차 또는 사업장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으나 환노위 심사 과정에서 통째로 빠졌다. 극심한 노사 갈등 속에 해고된 자가 노조원이 돼 사업장을 활보하더라도 회사는 제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해고자가 회사를 마음껏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은 사측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라며 “출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산업안전 감독 등을 요구하는 등 경영 간섭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안에 있던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 금지’ 조항도 사라졌다. 노조가 쟁의행위 중에 사업장의 주요 시설을 점거해 영업을 방해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다만 ‘노조는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신설했으나, 해석하기에 따라 기준이 모호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협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겠다는 정부안도 후퇴했다. 당초 ‘단협 유효기간 상한 3년 연장’ 조항은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사 합의로 정한다’고 바뀌었다. 사실상 노조가 요구하면 회사는 언제든지 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조법과 함께 공무원의 노조 가입기준 중 직급 제한(현행 6급 이하만 가능)을 폐지하고, 퇴직 공무원·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도 처리됐다.
반면 경영계가 요구했던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처벌 등 사측의 대항권 관련 조항은 심사 과정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선택근로제 단위기간을 연구개발 업무에 한해서나마 3개월(현행 1개월)로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내년 중소기업(50~299인 사업장)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다.
경영계는 입법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조에 편향된 법안이 통과돼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낀다”며 “본회의 상정 등 추가 입법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성명을 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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