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11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11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1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3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증가폭은 월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4년 후 가장 컸다. 종전 역대 최대였던 지난 8월 증가폭(11조7000억원)과 비교해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가계대출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15조6000억원으로 6조2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지난 8월(6조1000억원), 9월(6조7000억원), 10월(6조8000억원)에 이어 넉 달째 6조원대를 나타냈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은 지난달 말 265조6000억원으로 7조4000억원 불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이처럼 신용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은 금융당국 규제를 앞두고 미리 돈을 빌리려는 가계가 늘어난 결과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3일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을 조이는 내용의 규제를 발표했다. 연 소득 8000만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차주(돈 빌린 사람)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비은행권 60% 이하)' 규제를 받게 된다. DSR은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 대비 대출 부담 수준을 나타낸다. 예컨대 연간 소득(세전)이 8000만원인 사람이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할부금 등 모든 대출을 합쳐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소득의 40%인 3200만원을 넘으면 새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 규제는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됐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규제대출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모아 '가계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를 열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도 이에 따라 가계대출을 더 죄기 위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기업대출의 증가세는 둔화했다. 지난달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980조원으로 10월 말보다 6조7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이 지난 10월(9조2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대출은 3000억원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은 7조원 늘었다.
은행 예금을 비롯한 수신 잔액은 11월 말 1914조원으로 21조6000억원 늘었다. 10월 증가폭(2조300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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