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보급이 늦어지면 일본 경제가 5년간 약 1조4000억엔(약 15조원)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가 설립한 기부 재단인 빌&멜린다게이츠재단(BMGF)은 9일 유라시아재단과 요미우리신문이 공동 주최한 'G제로 서밋'에서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빌&멜린다게이츠재단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의 보급이 늦어져 개도국의 감염상황이 수습되지 않으면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과 유학생, 일본 제조업의 수출이 감소한다. 일본은 국내 제조부문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베트남 등 동남아 인력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은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은 자기나라만 통제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개도국에도 공평한 백신을 공급해 줄 것을 호소했다. 또 코로나 백신을 여러나라가 공동으로 구입하는 프로젝트인 코박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코박스)에서 일본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스팜과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단체들이 공평한 백신 분배를 위해 구성한 '피플스백신'은 9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비롯해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미얀마 등 저소득 67개국 국민 10명 중 1명만 내년까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선진국들이 코로나 백신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피플스백신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12개 국가가 8개 제약사의 코로나 백신 53%를 선구매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전량, 모더나 백신은 96%를 부국이 선점했다. 그나마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가 백신의 64%를 개발도상국에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내년까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사람은 전세계 인구의 1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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