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자전거와 자회사 참좋은여행이 잇달아 보유 지분을 처분하고 있다. 유동성 확보 등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다. 일각에선 삼천리자전거가 참좋은여행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삼천리자전거는 상장 자회사인 참좋은여행 주식 90만3329주를 92억원에 처분했다고 9일 공시했다. 거래 상대방은 외국계 기관이다. 이날 오전 블록딜로 거래됐다. 이로 인해 삼천리자전거의 참좋은여행 지분율은 42.2%에서 35.7%로 낮아졌다.
지난 8일엔 참좋은여행이 비상장 계열사인 지엘앤코(옛 참좋은레져) 보유 주식 10만주(지분율 27.4%) 전부를 140억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거래 상대방은 지엘앤코다. 지엘앤코는 2017년 참좋은여행의 자전거사업부가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김석환 삼천리자전거 회장이 지분 72.6%를 가진 최대주주다.
공시 서류에 기재된 두 회사의 주식 처분 목적은 ‘재무 구조 개선 및 경영 효율화’다. 하지만 일각에선 참좋은여행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천리자전거 계열사들의 지분 구조는 ‘김석환 회장→지엘앤코→삼천리자전거→참좋은여행→지엘앤코(일부)’로 이뤄져 있다. 이번에 참좋은여행이 지엘앤코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따로 떼어내 팔기 수월해졌다는 설명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천리자전거가 참좋은여행 지분율을 낮춘 것도 향후 경영권을 포함한 전체 지분을 쉽게 넘길 수 있게 미리 규모를 줄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분기에 삼천리자전거는 참좋은여행 보유 지분을 ‘관계기업투 자자산’에서 ‘매각예정 비유동자산’ 분류했다. 보통 1년 내 처분할 자산을 매각예정자산으로 기재한다. 이후 업계에선 참좋은여행 매각설이 계속 돌고 있다.
회사 측은 아직 매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참좋은여행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재무 구조 악화가 모회사인 삼천리자전거로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며 “위험이 커지면 참좋은여행을 매각할 수도 있지만 아직 그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참좋은여행 지분을 일부 매각한 것에 대해선 “그동안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든 대주주 보유 지분이든 참좋은여행 주식을 가져가고 싶다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며 “대주주 지분이 40%를 넘었던 만큼 지분 분산 차원에서 장기 투자자들에게 일부 물량을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