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의 국내 최고가 임대 아파트 ‘나인원한남’의 조기 분양전환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했다. 임차인들이 “사업자인 디에스한남이 ‘4년 임대 후 분양’이라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겨 금전적 피해와 주거 불안 등에 시달리게 됐다”며 분양전환 중지 가처분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분양전환을 통해 보유세 부담 강화에 따른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디에스한남도 소송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비대위에는 전체 입주민(총 341가구)의 3분의 1가량이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기존에 보유한 주택을 임대로 주고 나인원한남에 거주 중인 1주택자들이다.
소송에 참여한 한 입주민은 “‘4년 임대 후 분양’이라는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청약에 참여했던 것”이라며 “디에스한남이 일방적으로 분양전환 시기를 앞당기면서 수개월 내 거액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분양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나인원한남은 2018년 공급 당시 ‘4년 임대 후 분양’ 방식을 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조율에 실패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자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입주자들은 4년간 월세를 내면서 임차로 거주하고, 이후 최초 분양가 그대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았다.
그러나 디에스한남이 지난 8월 단기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하고 조기 분양전환을 결정하면서 임차인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정부가 단기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고 법인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강화하자 분양 전환 시기를 내년 3월로 앞당긴 것이다. 입주민들이 분양전환을 포기하면 해당 주택은 일반에 판매된다.
분양업계에서는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임대사업자와 법인, 다주택자 등에 대해 전방위 규제를 쏟아내 양측 모두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한 임차인은 “임대차보호법으로 전세를 낀 집은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렵고 기존 집이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인 입주민도 많다”며 “급전을 마련해 분양전환을 한다고 해도 다주택자가 돼 취득세와 보유세 폭탄을 맞는다”고 말했다. 1주택자의 종부세는 최대 3.2%지만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는 종부세율이 최대 6%로 높아진다.
디에스한남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7·10 대책’을 통해 법인의 종부세율을 최고 3.2%에서 6%로 일괄 인상하면서 종부세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디에스한남이 내야 할 보유세가 올해 450억원, 내년엔 7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디에스한남은 내년 3월 예정대로 분양전환을 위한 계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비소송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분양전환을 위한 상담을 제공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분양전환은 적법한 행위로 소송 입주민들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소송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인원한남 분양가는 주택형에 따라 42억~90억원에 달한다. 보증금이 분양가의 70~80% 수준이지만 가격 자체가 높아 많게는 10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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