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배터리 분쟁'…최종 결론 내년 2월로 또 연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배터리) 기술 분쟁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또 연기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작년 4월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단을 내년 2월 10일로 연기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ITC는 지난 10월 5일로 예정됐던 최종 결정을 같은 달 26일로 미뤘고, 이후 12월 10일로 다시 연기한 바 있다.

ITC는 연기 이유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무 작업의 어려움이 결정 지연의 배경으로 꼽힌다.

ITC는 올 들어 50건 이상의 최종 판단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 중에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영업비밀 침해 건의 결정도 세 차례 미뤄졌다.

미국 정부 이양기에 ITC가 민감한 사안의 판단을 연기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ITC는 통상 문제와 불공정 무역행위를 담당하는 미국 대통령 직속 연방 준사법기관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상황에서 ITC가 차기 정부로 결정을 미뤘을 개연성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ITC로부터 조기패소 판정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패소하면 미국 내 공장 가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SK이노베이션은 약 2조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두 개의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는 폭스바겐 포드 등의 미국 내 공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ITC의 결정이 잇따라 지연되자 두 회사 간 합의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