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오히려 미국에서 주택시장 호황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집주인들은 지난 1년간 1조달러(약 1089조원)를 번 것으로 조사됐다.
CNBC방송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 금융·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코어로직' 조사 결과 주택담보대출이 남아있는 집주인들 소유의 미국 부동산 가격은 지난 1년간 10.8% 급등했다. 이로 인해 증가한 부동산 가치의 총합은 1조달러에 이른다.
집주인 1인당 평균 1만7000달러(약 1850만원)의 자산이 불어나 최근 6년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워싱턴주(평균 3만5800달러), 캘리포니아주(평균 3만3800달러), 매사추세츠주(평균 3만1200달러)가 다른 주보다 큰 폭의 집값 상승을 보였다.
코어로직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프랭크 노새프트는 "지난 1년간 강한 집값 상승이 집주인들에게 기록적인 수준의 주택자산을 만들어줬다"며 3분기 현재 담보대출을 가진 평균적인 미국 가정의 주택자산이 19만4000달러(약 2억1000만원)라고 밝혔다.
미국의 집값이 빠르게 오른 것은 주택 수요가 강해진 반면 공급은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확산하고, 밀레니얼 세대가 집을 마련할 연령대에 접어든 것이 주택 수요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연일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는 담보대출 금리도 주택시장 호황의 한 원인이다.
그러나 주택경기 호황이 내년에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CNBC는 전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자산 이코노미스트인 매슈 포인턴은 "지난 봄부터 억눌렸던 수요가 크게 분출했고 모기지 금리가 더 낮아지기 어려우며 (대유행 초기) 대도시 탈출 행렬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2021년 주택 매매는 감소할 것"이라며 "엄격한 대출 조건도 있어서 현재의 호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더라도 공급 불균형 때문에 큰 폭으로 하락할 것 같지는 않다고 CNBC는 전망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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