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표결 참여를 거부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현장의 방역은 민주당 불참 속에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고 비꼬았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은 “처음엔 우리를 지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었겠지만 초선 의원 전원이 참여한다고 하니 (민주당이) 당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반대 토론에 나섰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오후부터 12일 새벽까지 12시간47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경신했다.
국정원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경찰로 이관(유예기간 3년)되고, 국정원의 정보 수집 대상에 ‘경제질서 교란’ 관련 정보가 추가된다. 국가기관장이 국정원의 정보제공 요청에 응해야 할 의무도 생겼다. 야당은 국정원이 이 같은 조항을 근거로 기업인 등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질서 문란과 관련한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관세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인데 국정원이 끼어들어 ‘민간인 사찰’의 단초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정원법 통과 이후 국민의힘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태영호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섰고 이에 민주당은 곧바로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동의서 제출 24시간 뒤 종결 표결이 가능한 만큼 민주당은 14일 저녁 다시 표결을 시도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고 남북관계발전법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당이 숫자의 힘으로 강제 중단시키는 데 항의하는 것 외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발의 법안 중 21대 국회를 통과한 것은 10건 중 1건에도 못 미쳤다. 총 26건이 가결돼 전체 가결 법안의 6.8%에 그쳤다.
국회가 처리한 의원 발의 법안 전체(1277건)를 기준으로 해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935건)이 전체의 73.2%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298건으로 전체 처리 법안의 23.3%에 불과했다.
민주당이 발의해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엔 여야 간 이견이 컸던 쟁점 법안이 다수 포함됐다. 기업규제 3법과 공수처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고용진 의원이 발의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도 지난 8월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가결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고 상임위원장도 독식하면서 입법 쏠림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며 “21대 국회가 출범할 때 여당이 타협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함께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현/고은이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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