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VC 시장도 외형으로 보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소 규모의 신생 운용사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VC협회 회원 수는 160개를 넘겼다. 올 들어 3분기까지 116개 벤처펀드가 새롭게 결성됐다. 2조8485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벤처기업에 투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에 위축됐던 투자가 3분기 들어 살아난 것이 눈에 띈다. 이런 추세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4조원 이상의 자금이 스타트업들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줄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주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황만순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새 대표로 내정됐다는 소식은 바이오 대세론에 불을 지른 격이었다. 서울대 약학 석사 출신인 그는 한국 VC업계에서 바이오 심사역의 대표 선수로 꼽힌다. 에이비엘바이오, 지놈앤컴퍼니, 티움바이오, 진매트릭스, 레고켐바이오 등 바이오 시장을 달군 여러 기업이 진작부터 그의 선택을 받았다. 회사가 국내 VC 1위는 물론이고 바이오 부문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VC의 임원은 “바이오 전문가가 대형 VC의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걸 보니 벤처시장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약 10년 전부터 제약사 연구원 출신들이 VC로 활발하게 진출해 임원과 팀장급에 여럿 포진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일부 VC들이 제조업 분야에도 활발하게 투자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센코, 삼영에스앤씨, 민테크 등 친환경 제조기업에 성공적으로 투자했다. 전력 소모가 없는 전기화학식 가스센서를 만드는 센코는 최근 상장하면서 이 VC에 여덟 배 이상의 평가이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예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발굴해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것만큼이나 벤처 생태계를 건전하게 조성하는 것도 VC업계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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