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면서 모두 한목소리로 중환자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진행된 것은 없다.”
홍성진 전 대한중환자의학회장(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코로나19 인명 피해를 줄이는 게 중요하지만 정부 대응이 미진하다는 취지다. 추적(trace)·검사(test)·격리(treatment) 등 ‘3T’ 방식의 K방역은 한계가 뚜렷하다. 확진 규모가 커지고 유행이 장기화되면 환자를 한 명씩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겨울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K방역 시스템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렸지만 병상 확보를 위한 정부 움직임은 ‘거북이걸음’이었다. 결국 의료자원은 포화 상황을 맞았다. 의료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까지 내몰린 상황을 ‘인재’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겨울 대유행이 시작되던 지난달 9일 100명이던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이달 12일 1030명으로 10배 넘게 급증하는 데까지 불과 3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기간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진단받은 환자는 1만5213명에 이른다.
중환자 병상은 포화 상태다. 12일 기준 전국에 남은 중환자 병상은 62개뿐이다. 수도권은 13개밖에 남지 않았다. 병상 확보 속도도 더디다. 11월 1일 기준 534개였던 전국 중환자 병상은 이달 12일 541개로 40여 일 동안 7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수도권에서 매일 1000명씩 환자가 20일간 발생하면 매일 500명이 퇴원하는 것을 고려해도 20일간 1만 개 병상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확진자 3% 정도가 중증이기 때문에 중환자실은 300개가 더 필요하다.
전담병원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전담병원 지정을 두고 민간병원과 공공병원 간 갈등이 커지는 것도 걸림돌이다. 의료인력 양성도 한발 늦었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일 때 의사 반대가 뻔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사들의 반발만 샀다.
국민의 거리두기에 대한 인식도 예전 같지 않다. 과학적 근거보다 ‘민원 해결’ 방식으로 방역 대응을 하다 보니 형평성 논란만 키웠다. 특정 시설에서 감염자가 나오면 문을 닫았다가 업주들이 반발하면 고강도 조치에서 제외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거리두기에 대한 반발심리만 부채질한 셈이다.
정부가 모든 활동을 사실상 올스톱시키는 3단계 조치를 고려하고 있지만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확진자 급증은 물론 중환자 병상, 의료인력, 국민 신뢰 등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는 이날 경기대 수원캠퍼스 기숙사를 코로나19 병상과 생활치료시설로 긴급 동원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확진자 치료를 위해 1300개 넘는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지현/하수정/양길성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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