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눌러도 소용없네…"옵션비만 2억원?"

입력 2020-12-15 07:35   수정 2020-12-15 07:36

이달 대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를 청약할 예정인 직장인 이모씨(39)는 분양가격 외에 수천만원에 이르는 옵션 가격에 깜짝 놀랐다. 최근 필수가 되고 있는 발코니 확장 비용이 4000만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각종 옵션비도 시중 가격보다 비싸 발코니 확장을 비롯한 모든 옵션을 선택하면 1억8000여만원으로 거의 2억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추가된다.

이씨는 "작년 지인이 서울 강남에서 전용 84㎡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발코니 확장비로 1000만원 정도를 냈으며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포함해서도 3000만원 가량 부담했다고 들었다"며 "서울 강남도 아니고 지방에서 분양받는 아파트가 여섯 배에 가까운 비용을 더 부담한다는 게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발코니 확장비만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
아파트 분양 열기가 치솟으면서 발코니 확장비 등 각종 유상 옵션 비용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청약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내 집 마련을 하기위해 청약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열기를 틈타 건설사들이 유상 옵션비를 통해 분양가 올리기 '꼼수'에 나서고 있어서다.

분양가 자체도 수억원에 달하는 데다가 발코니 확장, 붙박이장, 천장형 에어컨 설치 등 옵션에 수억원을 책정하기도 한다. 무상 옵션이라며 제공하는 것처럼 하지만, 사실상 분양가가 높은 아파트도 있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씨가 분양받기를 원하는 아파트인 대구 중구 ‘동성로 SK리더스 뷰’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4억9000만~5억6000만원대에 책정됐지만 드레스룸, 붙박이장, 팬트리 등도 유상 제공하면서 실제 분양가는 최고 7억원 중반대까지 올라간다.

아파트가 공급되는 대구 중구는 수성구와 함께 주택보증공사(HUG)가 지정한 고분양가 관리지역이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가 있으면 같은 수준으로, 1년이 넘었을 때는 10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 분양가 통제를 받는 지역이다보니 기본 분양가는 낮지만, '꼼수'로 발코니 확장비는 높게 책정됐다.


하반기 분양을 진행한 단지의 발코니 확장비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이 넘는 가격에 책정됐다. 지난 10월 경기 부천에서 분양한 ‘부천소사 현진에버빌’은 발코니 확장비로 면적별 8600만~1억4100만원을 책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억4500만~6억6200만원선이었지만, 확장비를 포함한 실질 분양가는 4억3100만~8억300만원으로 뛰었다.

전용 59㎡ 주택형을 분양받은 소비자들은 분양가의 25% 수준에 육박하는 발코니 확장비를 부담해야 했다. 부천은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는 지역임에도 발코니 확장비를 높게 책정해 아파트 현장은 부천시의 경고까지 받은 상황이다.

같은 건설사에서 분양한 단지들도 지역별로 비용 차이가 벌어진 경우도 있다. 경기 안성에서 분양한 ‘쌍용 더 플래티넘 프리미어’의 발코니 확장비용은 전용 84㎡ 기준 1400만원을 조금 넘지만, 전남 완도에서 공급중인 ‘쌍용 더 플래티넘 완도’ 아파트의 같은 면적 발코니 확장비용은 2400만원으로 1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옵션 선택이라지만…소비자들 "확장하지 않으면 생활 불편"
유상옵션은 선택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통합 발코니에는 발코니 확장은 물론 신발장, 붙박이장, 시스템창호 등 필수 요소가 들어있어서다. 게다가 계약자가 입주 후 개별적으로 발코니를 확장하면 상대적으로 공사비용이 많이 들고 결로·누수 등의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져 비확장 수요가 극히 적다.

경기도에서 전용 84㎡ 아파트를 분양받은 신혼부부 유모씨(35)는 "발코니 확장 등 각종 옵션을 택하지 않으면 매매를 할 때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고 전세를 놓을때도 세입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최근 아파트는 설계 자체에서 발코니 확장을 전제로 이뤄져 확장하지 않으면 입주 후 생활할 때 거실이나 방이 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피데스개발이 대우건설·이지스자산운용·한국자산신탁·해안건축과 더리서치그룹에 의뢰해 지난 10월부터 2개월간 수도권 주택 소유자 10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주거 공간 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많은 수요자들이 코로나19로 변화가 필요한 공간으로 거실(66.0%)과 주방·식당(60.0%)과 베란다·발코니(48.8%), 안방(43.1%), 현관(40.5%) 등을 꼽았다. 또 변화 방식으로는 거실은 '넓게 확장', '홈트레이닝 공간·기구 설치',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대다수가 ‘공간 확장’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건설사들 "분양가로 수익얻기 쉽지 않아" 푸념
시장에서는 정부가 민간아파트에 대해 분양가 규제를 강화하자 발코니 확장비를 인상하는 분위기가 거세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정부는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지로 선정해 고분양가 잡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 포함되지 않는 아파트들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고분양가 아파트에 보증을 해 주지 않는 방식으로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통제하는 중이다.

한 중소형 건설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땅값 자체가 워낙 비싸져 분양가로는 수익을 얻기 쉽지 않다"며 "워낙 정부가 분양가 누르기에 대한 의지가 강해 HUG와 분양가를 두고 실랑이를 하는 것보단 발코니 확장과 추가 옵션을 적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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