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업계, 수요 늘었는데 실적은 왜 뒷걸음쳤나

입력 2020-12-14 17:15   수정 2020-12-22 18:29

골판지 상자를 만드는 태림포장은 지난 3분기에 매출 1409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올렸다.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4075억원, 영업이익 5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은 4302억원, 영업이익은 231억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배송 수요가 늘어나면서 골판지 상자 수요가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태림포장뿐만 아니다. 같은 업종인 대영포장의 올해 3분기(누적) 매출은 1894억원으로 전년 동기 2009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06억원 대비 약 3분의 1 수준이다.

골판지 제조업체들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못한 것은 판가가 하락한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제지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태림포장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골판지 상자 가격은 ㎡당 2018년 571원이었으나 지난해 540원, 올해 501원으로 해마다 떨어졌다. 업체들의 과잉 경쟁이 가격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4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하락세이던 판가가 4분기를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대양제지 화재로 원지 가격이 급격히 오른 게 발단이 됐다. 급기야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은 대기업과 택배·유통기업 등 1500여 개 고객사에 “공급난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인상 요인을 판가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상자 가격 인상 예고다. 이 조합에는 골판지 원단과 상자를 만드는 기업들이 대거 속해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다른 골판지 업체 신안피앤씨에서 화재가 또 발생해 추가적인 가격 인상 요인이 생겼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다만 실적 개선은 업체별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택배용 상자가 전체 골판지 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요처별로 전자제품, 농수산품, 음식료 부문이 각 20% 안팎(지난해 기준)을 차지하고, 섬유 및 의료가 10%대로 그 뒤를 잇는다. 순수 택배시장은 약 5%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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