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산은)이 2차 전지 양극재 개발·제조업체 에스엠랩(SMLAB)에 초기 양산시설 구축용 시설자금을 지원했다. 에스엠랩은 ‘다결정’위주의 2차 전지 양극재 시장에서 ‘단결정’방식 제조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해 주목받는 업체다.
산은은 울산 소재 벤처기업 에스엠랩에 150억원 규모의 시설자금을 대출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에스엠랩은 2차전지 소재 분야 권위자인 조재필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가 2018년 창업한 기업이다. 하이니켈(니켈 함유 80% 이상) 양극재를 ‘단결정’ 방식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한 전 세계에서 손 꼽히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엠랩은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하나의 입자(단결정)로 양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 내에서 쉽게 부서져 전지 수명을 떨어뜨리는 기존 다결정 양극재를 대체할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를 비롯해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 모두가 향후 3~4년 내 단결정 양극재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에스엠랩은 입자가 작아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하기 어려운 단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세계 최초로 단결정 입자 크기를 성장시키는 기술로 극복했다. 여기에 양산 기술이 더해져 원천기술부터 양산화까지 완성도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은 에스엠랩이 보유한 양극재 제조 기술이 한국형 뉴딜의 주요 사업인 그린모빌리티의 핵심 분야라는 점에 주목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급격한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2차 전지 관련 기술로 성장성 있는 혁신기업이라 판단했다"며 "현재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에스엠랩은 지난 5월 한국투자파트너스, 스틱벤처스, DSC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11곳의 대형 벤처캐피털(VC)로부터 520억원 규모 투자(시리즈B)를 유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벤처투자업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에스엠랩은 내년 3월까지 연간 7200t가량의 양극재 양산이 가능한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이은 산업은행으로부터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초기 양산시설 구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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