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아직 선진국에 뒤처져 있지만 자율주행차 보안 분야에선 미국 독일 이스라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두권 국가로 꼽힌다. 설립된 지 2년도 채 안 된 스마트카 보안기업 아우토크립트(사장 김의석)가 이 분야에서 한국 지위를 끌어올린 주역이다.
아우토크립트는 국내 기업 정보보안 전문업체 펜타시큐리티시스템에서 분사해 2019년 8월 출범한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차량과 사물 간 통신(V2X) 보안 기술이다. V2X 보안 분야에선 아시아 유일한 업체다.
자율주행차는 컴퓨터 수십 대가 모여 네트워크를 이룬 구조와 비슷하다. 차량 내부 소프트웨어 코드가 비행기 코드보다 많을 정도로 복잡하다. 차량과 교통시스템 간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외부 해킹 공격을 막고, 암호화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이 기술이 적용된다. 2015년 해외에서 원격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운전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보안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유럽에선 2024년까지 모든 차에 보안시스템 구축이 의무화됐다.
아우토크립트는 V2X 보안 분야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와이파이(웨이브 방식)와 5세대(5G) 지능형 교통체계 사업 경험을 갖고 있다. 또 자율주행차 보안 관련 실증사업 경험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지난달 미국 혁신기술 조사기관인 테크브레이크스루로부터 ‘올해의 자동차보안회사’상을 받은 이유다.
아우토크립트는 해킹방어용 자동차용 백신, 전기차용 충전 보안인증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가고 있다. 2024년까지 매출 1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김의석 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보안시장 규모는 5조원 이상으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며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해 해외에서 10~20%의 점유율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차 분야에서 떠오르는 벤처기업으로 젠트로피(공동대표 이재상·주승돈)도 빼놓을 수 없다. 젠트로피는 국내 최초로 배달 대행업체에 특화한 배터리 교환방식 전기오토바이를 개발해 내년 5월부터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존 전기오토바이는 주행 가능 거리가 50㎞ 정도로 짧고, 최고 속도가 시속 60㎞ 수준인 데다 높은 언덕을 오르는 것도 어려워 배달대행업계에선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젠트로피가 개발한 전기오토바이는 주행 가능 거리가 150㎞에 달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100㎞다. 시동을 걸고 시속 50㎞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2.9초에 불과할 정도로 순간 가속력도 뛰어나다. 25도 각도의 가파른 언덕길도 가뿐히 오를 수 있어 배달대행업체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젠트로피는 배터리 교환 인프라를 구축해 오토바이 사용자가 배터리를 어디에서나 20초 만에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일대 이마트24에 교환기 30여 개를 설치해 내년 3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유지비용을 감안하면 전기오토바이 가격은 기존 가솔린 오토바이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승돈 공동대표는 “2024년까지 국내에 4만2000대를 보급해 국내 배달용 오토바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일본산 오토바이를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벤처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연구개발 등에 필요한 비용 20억원을 지원받았다. 중기부는 미래 먹거리 사업인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산업(BIG3) 분야에서 250개 기업을 정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가 빅3 분야 지원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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