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말레이시아에 '해외 1호' 동박 공장

SK그룹의 화학·소재 계열사인 SKC가 해외에 첫 동박(銅箔) 생산공장을 짓는다. 대상국은 말레이시아다. 얇은 구리막인 동박은 전기자동차 배터리(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다. SKC는 전기차 배터리의 폭발적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생산거점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C는 이르면 다음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인 SK넥실리스의 해외 동박 생산공장 신설을 의결할 계획이다. SKC 관계자는 “다양한 후보지를 놓고 검토한 결과 말레이시아가 최적의 장소로 꼽혔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공장이 들어설 지역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공장을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3년 완공할 계획이다.

SK넥실리스는 전북 정읍에 4개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5·6공장도 각각 내년 하반기와 2022년 초 완공된다. 정읍엔 더 이상 공장을 지을 부지가 없어 말레이시아에 첫 해외 공장을 추진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C는 유럽 공장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SKC는 지난달 27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SK넥실리스 폴란드 법인을 설립했다. 동유럽 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공장이 있다. 인근 국가인 헝가리에선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동박 경쟁사인 일진머티리얼즈는 내년 헝가리 공장을 착공한다. SKC 관계자는 “유럽 지역 공장 신설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SK넥실리스는 국내외 공장 증설 및 신설을 통해 올해 3만4000t가량인 동박 생산량을 2025년까지 14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996년 설립된 SK넥실리스의 전신은 LG그룹 계열사였던 LG금속이다. 이후 LS엠트론, KCFT를 거쳐 올해 초 SKC가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사명인 넥실리스는 라틴어로 ‘연결’이라는 뜻이다.

SK넥실리스의 핵심 제품은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수준인 4㎛(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두께의 동박이다. 동박 사업은 얼마나 얇게 만드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 동박이 얇을수록 많은 활성물질을 바를 수 있어 배터리를 고용량으로 제작할 수 있다. 통상 전기차 한 대에 약 30㎏의 동박이 사용된다.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수요 증가로 SK넥실리스는 지난 3분기 매출 1031억원, 영업이익 152억원을 올렸다. SK넥실리스의 분기 매출이 1000억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SK넥실리스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에 동박을 납품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할 동박도 대부분 이들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공장 건설 계획을 놓고 국내 중견 그룹인 일진그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진그룹의 동박 생산업체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월부터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일진 관계자는 “SKC 공장 건설로 숙련된 현지 전문인력이 빠져나갈 수 있다”며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점식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는 지난달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를 만나 말레이시아 진출에 대해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