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광주를 폄훼하려는 강성 우파의 주장이 아니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총책 백태웅 씨가 1989년 한 좌파 잡지에 기고한 글이다. 무장을 통해 권력 탈취를 시도하고, 해방을 꿈꿨던 영웅적 투쟁을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명칭은 ‘무장봉기’라고 그는 강조했다. “반란이요 혁명이며 주권 탈취의 한판 싸움이었다”고도 했다.
민주화 유공자이자 이름값 높은 백씨지만 이제 이런 무시무시한 발언을 하려면 ‘콩밥’을 각오해야 한다. 5·18 특별법에 ‘허위사실 유포 금지’ 조항이 신설돼서다. 정부 판단과 다른 사실을 퍼뜨리면 ‘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니, 정말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나라다. 문명세계의 보편적 규범인 사상·표현의 자유는 온데간데없다.
철지난 이념을 앞세워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경제 입법도 봇물이다. 오래전 정경유착 시절의 기업관(觀)에 사로잡힌 한줌 좌파 시민단체에 휘둘려 ‘3%룰’ ‘다중대표소송제’ ‘출자 제한’ 등 세계 유일 규제가 대거 도입됐다. 무자비한 투기자본이 기업의 심장인 이사회에 잠입하도록 특혜를 주고선 ‘소액주주 보호’라며 자화자찬 중이다. 원조인 독일도 울고 갈 세계 최강 ‘노동이사제’, 모델로 삼은 영국 법에도 없는 기업인에 대한 행정·민사·형사 ‘3중 처벌법’도 카운트다운이다.
입법 과정에서의 독선과 독설, 궤변과 위선은 좌절감을 배가시킨다. 적법 절차와 약속을 무시하고 언론 접근도 차단한 채 ‘떼의 힘’을 과시하는 장면의 무한반복이다. 민주공화국을 지탱하는 자유·평등·인권 같은 절대가치도 다수결로 제압 가능한, 거추장스러운 대상에 불과하다. 하다하다 ‘윤석열 대선 출마금지법’까지 만든다니 마키아벨리가 두손 들 판이다.
머리도 양심도 용기도 없는 B급 운동가들만 생계형 네트워크로 치달으며 진보운동 역사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 ‘민주화 적자’를 자처하는 정부에서 민주주의를 부르짖게 될 줄이야.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입법 폭주를 ‘개혁’이자 ‘역사적 성과’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위정자가 정신승리에 탐닉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것, 디스토피아로 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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