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포기 강요 못한다"는 외통위원장의 위험한 인식

입력 2020-12-15 17:53   수정 2020-12-1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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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북한에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느냐”는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가 안보의 중책을 담당하는 입법부의 핵심 인사가 공개석상에서 외교·안보의 근본 틀을 흔드는 인식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이적(利敵)행위’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송 위원장의 발언이 그동안 북한 핵 개발을 억제하고자 했던 역대 한국과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특히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대표적 불평등 조약”이라는 언급은 NPT를 탈퇴한 북한에 동조하고, 국제 핵 질서를 부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세계 모든 나라가 핵무장을 해야 국제질서가 안정된다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만다. 그의 논리라면 핵탄두 290기를 보유한 중국이 지척에 있으니 한국도 핵을 가져야 마땅할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송 위원장은 “북한의 안보 위협을 해소할 실질적 대안의 필요성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북한과 같은 ‘핵 미(未)보유국’을 대상으로 핵 선제공격 위협을 하지 말아야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주장을 야당이 왜곡했다”고 발끈했다. 이 같은 해명은 사실상 핵을 보유한 북한의 실질적 위협을 못 본 체하는 눈가림일 뿐이다. 북한을 ‘선량한 정상국가’로 상정한 것인 만큼 설득력도 약하다.

현 정부 들어 북한의 인권문제, 도발과 막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한 지 오래다. 그러면서 미국 의회도 강한 우려를 표명한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 처리하는 등 피아가 뒤바뀐 듯한 행보다. 아직 확보도 못한 코로나 백신·치료제를 북한에 지원하자(이인영 통일부 장관)는 주장이 나오는 등 586 운동권이 주축인 집권세력이 감상적 민족주의에 경도된 모습이다. 그러던 끝에 대놓고 북한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까지 연출했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국민을 불안케 하는 것인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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