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다시 커진 부양책 기대감에 급등했습니다.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보급, 미 식품의약국(FDA)의 모더나 백신 승인 임박 소식도 상승세에 힘을 실었습니다. 또 내년 1분기 아이폰 생산 주문을 30% 늘렸다는 닛케이의 보도에 애플이 5% 급등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다우는 1.13%, S&P 500 지수는 1.29%, 나스닥은 1.25% 올랐습니다. 지난 4일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나스닥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습니다.
미 의회의 초당파 의원들은 이날 경기부양책 중 실업지원, 중소기업 지원 등 양당 사이에 이견이 없는 내용만 담은 748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만 먼저 통과시키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이견이 있는 기업 면책특권 부여 및 주·지방정부 지원은 분리해 나중에 처리하자는 겁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날 오후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회 지도부를 초청해 논의하기로 한 것도 긍정적이었습니다. 매코널 대표는 기자들에게 "부양안 없이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대해 "이번 주 내로 의회가 7480억 달러 규모의 초당적 제안과 비슷한 패키지를 통과시킬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약간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은 부양책 합의가 이뤄진다면 수요일(16일), 늦어도 목요일(17일)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금요일(18일)까지 2021년 회계년도 예산안을 상하원이 모두 통과시키려면 목요일까지는 합의해야한다는 겁니다. 즉 목요일 아침까지는 하원이 예산안을 먼저 통과시켜 상원에 넘겨주어야 상원이 18일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미 FDA 자문위원회는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가 긴급사용 승인 기준에 부합한다는 분석 보고서를 이날 발표했습니다. 이번 주 내로 승인돼 다음주부터 600만회분이 추가로 풀릴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또 닛케이는 애플이 내년 상반기 아이폰 생산량을 최대 9600만개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협력업체에 아이폰 12·11·SE 등을 9500만~9600만대 가량 생산하라는 주문을 줬다는 겁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역시 좋지 않았습니다. 11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4%(계절 조정치)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10월의 0.9% 증가보다 둔화한 겁니다. 뉴욕의 제조업 생산을 나타내는 12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도 전월 6.3에서 4.9로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예상되던 경기 둔화여서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부양책과 백신 보급으로 이날 증시에선 대부분 주식이 상승한 가운데 경기민감주와 낙폭과대주, 가치주, 소형주들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리커버리 트레이드'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런 증시 강세 흐름은 이날 공개된 12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월간 펀드매니저 조사(FMS)에서 잘 드러났습니다. BofA는 수십 년째 매달 이런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데 대상도 많고 이들의 자산 규모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공신력 있는 조사로 월가에 회자됩니다.
운용자산 5760억 달러 규모인 매니저 217명이 참여한 12월 설문에서 나타난 사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내용을 보면 현재 월가의 흐름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① 현금 최저로 줄이고 주식 산다
펀드매니저들은 현금 비중을 전체 운용자산의 4%까지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BofA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론 속에 투자자들이 현금을 대폭 줄이고 위험자산을 사들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BofA는 현금비중이 4% 미만으로 떨어지면 '매도' 신호라고 봤습니다.
최근 이렇게 현금 비중이 낮아진 건 2012년 말, 2020년 2월이었습니다. 2012년 11월에도 증시는 조정을 보였고, 올해 2월 이후에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현금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응답도 2013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응답자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② V자 경기 회복 예상 급증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응답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BofA는 "2020년은 급격한 경제 침체를 초래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지배당한 해였다. 하지만 6개월 만에 경기 회복 기대가 이전의 침체에서 벗어날 때에 비해 속도와 규모에서 대폭 앞선다"고 설명했습니다.
③ 새로운 경기 사이클이 시작됐다
89%의 응답자는 내년에 강력한 거시 경제의 성장을 점쳤습니다.
또 70%는 현재 글로벌 경제가 초기 경기 사이클에 있다고 답했습니다. 2010년 시작된 장기 호황 사이클이 초단기 침체를 거쳐 다시 시작됐다는 겁니다.
④ 백신효과…내년 2분기부터 경제활동 회복
이는 결국 백신 효과 덕분입니다. 응답자의 42%는 백신이 내년 2분기부터 경제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봤고 28%는 1분기 19%는 3분기라고 답했습니다.
⑤ 기업 이익 대폭 늘어난다
이에 따라 기업 이익에 대한 기대도 대폭 커졌습니다. 78%의 응답자가 기업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78%는 2010년 3월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⑥ 치솟은 위험자산 선호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 위험자산에 투자해야합니다. 69%가 주식과 상품에 대한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⑦ 금리, 물가 오른다…인플레이션도 우려
물가와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응답자의 87%는 장기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고, 향후 12개월 내 글로벌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할 것으로 본 매니저도 79%에 달했습니다. 다만 10%만에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경기회복 속에 물가가 완만히 오르는 건 골디락스 상황을 뜻합니다.
다만 '향후 위험요인은 무엇인가'라는 다른 질문에서 매니저들은 코로나(전달 41%->이달 30%)에 이어 두 번째 걱정꺼리로 인플레이션(24%)을 언급했습니다. 11월 조사에선 인플레이션이 우려 항목에 없었습니다. 지지부진한 재정 부양책(18%)이 세 번째 걱정꺼리였습니다.
⑧ 여전히 기술주 사고, 달러는 판다
가장 붐비는 거래로는 여전히 미국 기술주 매수(52%)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8개월 연속입니다. 가치주 약진 속에 기술주가 뒤처질 것이라고 했지만 지속적으로 기술주들이 강세를 유지하는 이유로 보입니다. 두 번째로는 미 달러 매도(17%)가 꼽혔습니다.
⑨ 비트코인 매수 등장
특히 이 질문에서 세 번째로 '비트코인 매수'(15%)가 등장했습니다. 최근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편입이 본격화됐다는 게 확인이 된 겁니다.
⑩ 소형주가 대형주보다 나을 것 31%
그렇다면 리커버리 트레이드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요?
'소형주가 대형주보다 나을 것'이라는 데 31%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⑪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나을 것 31%
또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나을 것'이라는 데에도 31%가 그렇다고 응답했습니다. 31%는 '리커버리 트레이드'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⑫ 세계 경기 상승→이머징 마켓 주식 열풍
앞서 글로벌 경제 회복을 예상하는 매니저가 많았다고 전해드렸는데, 그동안의 자산 배분과 비교했을 때 이달에 다른 점으로 매니저들은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전환'을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전체 자산의 20%포인트 가량을 이렇게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머징마켓 투자가 두 번째였습니다. 이머징마켓에 비중 확대를 하는 펀드매니저 비중은 2010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고 BofA는 전했습니다.
자산 배분을 줄이고 있는 쪽은 현금, 미국 자산, 헬스케어, 채권, 리츠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상당수 매니저들이 이달 리커버리 트레이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BofA의 마이클 하넷 수석전략가는 지난달 조사 때 "투자자들이 백신 및 경제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며 "4분기에도 '리오프닝 로테이션'이 이어질 수 있지만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간 '백신 소식이 나오면 팔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4%로 떨어진 낮은 현금 비중이 '매도' 신호라며 대세와는 반대로 거래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