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내년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외화채권 발행에 나선다. 투자자 모집과정에서 내년 초 외화 채권발행시장 분위기가 드러날 전망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주요 외국계 증권사에 글로벌본드 발행 계획을 담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조만간 주관사를 선정해 다음달 중반 5억~10억달러(약 5400억~1조900억원)를 조달할 전망이다. 글로벌본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발행돼 유통되는 채권이다.
내년 해외 채권발행시장에 처음 등장하는 국내 기업인 만큼, 산은의 채권 발행과정에서 현재 한국 채권에 대한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평판이 드러날 전망이다. 산은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 채권 가격(금리)의 벤치마크(기준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
산은이 두 달 전까지 해외에서 수월하게 외화채권을 발행했음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여러 해외 기관들로부터 관심을 끌어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산은은 지난 10월 연 0%대 금리(3년물 연 0.5%, 5년물 연 0.8%)로 10억달러어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미국 국고채 금리와의 차이가 0.4~0.5%포인트 수준에 그칠 정도로 발행조건이 양호했다는 평가다. 산은의 해외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다.
산은이 올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는 데 성공하면 다른 국내 기업들의 외화채권 발행여건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재 수은과 하나은행, 한국남부발전, SK하이닉스 등이 산은은 뒤를 이어 외화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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