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경영자에게 공동연대 처벌을 가하는 연좌제와 같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30대 경제단체 및 업종별 협회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 제정에 반대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단체들은 “중대재해법은 모든 사망사고에 대해 인과관계 증명 없이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책임을 부과한다”며 “이는 관리범위를 벗어난, 불가능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과 형법상의 책임주의, 명확성의 원칙을 중대하게 위배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공언한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정책 의총을 열고 쟁점을 정리한 뒤 이르면 이번 임시국회 안에 상임위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은 유해·위험방지 등 포괄적 의무를 법인뿐 아니라 경영책임자에게도 지우고,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게 2~5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5억원 이상 벌금을 물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올해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비해 법 준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 수위를 높였다. 기업에 대한 벌금은 물론 경영책임자 개인 처벌, 영업중지 등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4중 제재를 부과한다.
단체들은 중대재해법이 모든 사망사고에 대해 인과관계 증명도 없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모든 사업주를 처벌 위험에 놓이게 한다”며 “기업들은 결국 투자를 줄이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은 “개정 산안법이 시행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추가 입법을 하려는 것은 문제”라며 “(국회가) 입법만능주의에 빠져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의 우려가 더 컸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중소기업의 99%는 오너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며 “재해를 수습해야 할 대표이사를 구속하면 결국 회사까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은 “국회가 기업인의 신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기업인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처벌 강화보다 산업재해 예방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근 경총 부회장은 “안전관리에 적극 투자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