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게 최근 미국 헤지펀드 화이트어드바이저스가 LG그룹이 추진 중인 계열분리를 반대한다는 서한을 보낸 것이다. 이 펀드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준 고문이 LG상사, LG하우시스 등 5개 계열사를 떼어내 독립하는 것은 소액주주와 LG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LG는 이번 분사로 전자 화학 통신 등 주력사업에 더 집중하게 돼 주주가치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화이트어드바이저스의 LG 계열분리 반대는 성공 여부를 떠나 개정 상법의 위험성을 짐작하게 한다.
내년 3월 주총을 앞둔 기업들은 투기자본이 상법의 3%룰을 활용해 사사건건 경영의 발목을 잡고, 다른 한편으론 자사주 매입이나 특별 배당을 통해 주가 부양을 요구할 공산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시의무가 없는 지분율 5% 미만 펀드들이 은밀히 연합하면 경영권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30.41%이지만 3%룰을 적용하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율이 5.52%로 뚝 떨어진다. 외부세력의 경영권 공격을 막아낼 방패가 손바닥만 하게 쪼그라드는 것이다.
기업들의 이런 우려를 정부는 ‘엄살’로 치부해선 안 된다. 포이즌필, 황금주 등과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외부세력의 공격무기만 키워준 3%룰은 국내 기업에는 치명적 위협 요소다. 경제 4단체가 기업규제 3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3%룰 시행시기를 최소 1년 이상 유예해 달라고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은 벼랑 끝을 아슬아슬하게 걷는 심정이다. 그런 기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투기펀드의 사정권으로 밀어넣는 게 정부가 말하는 ‘공정경제’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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