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확보가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늦거나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 감염병 전문가인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는 국내 상황의 제약 등을 감안하면 "4400만명 (분량 백신) 확보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이재갑 교수는 1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백신과 관련한 기사를 보면 이 기사를 쓴 신문사와 기자가 어느 나라 기자인가 생각이 든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과 언론들 비판에 대해 현장 목소리를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금 백신 접종이 시작된 국가들은 이미 백신 연구 단계부터 관여했거나 어마어마한 예산으로 선구매해 일부 비용이 지급된 국가들"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백신에 대해 선구매 관련 법적 근거나 예산 근거도 없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종플루 때는 국산 백신을 개발하고 충분한 양을 생산했는데 유행이 빨리 잦아들어 준비한 백신이 남았다. 이 남은 걸 국정감사 때 공무원 징계하고 예산 과소비했다고 국회의원들이 난리쳤다"고 짚었다.
또 "게다가 백신 개발사에 재고 던져서 고생한 백신사 피해를 보게 하기도 했다"면서 "이런 행정과 예산의 미비 상황에서 4400만명 (분량의 백신을) 확보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했다.
이재갑 교수는 "앞으로 백신을 더 빨리 접종하려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가용 예산도 폭 넓게 준비해야 한다. 백신 구매 외의 접종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정책이든 백신 정책이든 그 나라가 가진 행정력과 예산력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공무원들이 적극 행정을 할 수 있는 기본 구조가 필요한데 충분한 지원도 없이 백신도 빨리 만들고 도입도 빨리 하라고 하면 어떻게 일이 이뤄지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이재갑 교수는 "비난이 우선이 아니라 잘 하게 할 만한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 상황"이라며 "정신차리자. 정말 잘 해도 쉽지 않은 상황에 초는 치지 말자"고 호소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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