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도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내년 2%대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향후 과제로는 신산업을 위주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산업별 성패가 극명히 드러난 만큼 중장기적으로 산업구조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5.1%에 그치겠지만 내년엔 5.0%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기간 미국의 성장률은 -5.0%에서 2.8%, 중국은 2.2%에서 8.4%, 유로존은 -10.0%에서 3.7%로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 경기 회복 속도는 백신 보급 상황에 따라 국가별로 차이가 날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은 회복세가 이미 뚜렷하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면서 “신흥국은 백신 보급이 늦어 2022년 1분기 이후에나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신 이외 리스크 요인으로는 대규모 재정지출과 증세를 뼈대로 삼은 ‘바이드노믹스(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가 꼽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최대 2조5000억달러(약 2734조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책 집행을 예고했다.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은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에 부담이 된다. 안 교수는 “장기채인 미국채 5·10년물 금리가 상승할 경우 구축효과로 기업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이 재정정책 효과 반감을 막기 위해 장기 국채 매입에 나설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실물경기와 자산시장 간 괴리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안 교수는 “워낙 시중 유동성이 많고 위험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미 많이 오른 미국보다는 신흥국(이머징마켓)이 더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다만 정부의 대응력이 취약한 신흥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문제가 나타날 여지도 있다”고 부연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엔 기저효과와 내수·수출의 개선으로 3.2%까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 원장은 “전년 동기 대비 기준 상반기 2.9%, 하반기 3.5%로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폭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재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한국 대표도 “S&P는 내년 한국 경제가 3.6%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안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조만간 3단계로 높아질 경우 내년 1분기 회복세가 저조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성장률은 2%대 후반 정도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경기 회복도 중요하지만 저성장 국면을 탈피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원장은 “노동·자본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신산업을 위주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산업의 구조전환 등을 지원해 경제 정상화 과정에서 일부 기업의 도산 등 충격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장 원장은 “주요 산업분야에서 인수합병(M&A)과 매각, 대형화 등을 통해 산업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신산업 진출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수소차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물론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지속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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