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개당 2만2000달러를 넘어섰다. 금과 같은 대체 투자처라는 시각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실체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미국 가상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처음 2만달러 벽을 깬 데 이어 이날 오전 1시 기준 2만2150달러에 손바뀜됐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30일 1만9684달러에 거래되며 2017년 12월 15일의 역대 최고치(1만9650달러)를 약 3년 만에 경신했다. 현재 가격은 작년 말(7220달러) 대비 3배,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했던 올해 3월 12일(4857달러)에 비해선 4.5배 급등한 수치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골드’로 불리며 최고가 행진을 거듭하는 건 미국 등 각국이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서면서 기존 통화 가치가 추락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온라인 결제업체인 페이팔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키로 하는 등 실제 통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진 점도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투자회사 이토로의 요니 아시아 최고경영자(CEO)는 “2만달러 돌파는 의심할 필요 없는 역사적 이정표”라며 “비트코인은 더 이상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핀테크 옹호론자들만 관심을 갖는 투자 수단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요 기관들이 비트코인 매집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2017~2018년과 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17년 말 2만달러에 근접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 논란 속에 급락하기 시작해 이듬해 12월 14일 3183달러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 미국 보험사 매스뮤추얼과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 빌 밀러, 스탠 드러켄밀러 등 주요 기관과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공개 매수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러퍼도 이날 비트코인을 7억달러어치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후 미 국채 등의 수익률이 떨어지자 대체 투자처로 비트코인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업체인 S&P 다우존스는 내년 중 가상화폐 지수를 선보이기로 했다.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공급에 분명한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미 중앙은행은 엄청난 돈을 풀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40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격이 지금보다 20배가량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씨티은행도 지난달 비트코인이 내년 31만8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 비트코인을 ‘제2의 튤립 사기’라며 비판했던 JP모간 역시 “비트코인은 금을 대체할 투자 수단”이라고 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가 고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자산이 아니라는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양병훈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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