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악몽을 딛고 근 20년 만의 최고점에 올라섰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250% 상승하는 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코스닥시장이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 대다수가 연말 큰 조정 없이 내년에는 ‘코스닥 1000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여전히 코스닥시장의 한계가 뚜렷한 만큼 조정이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선 그간 코스닥을 이끌어온 셀트리온 형제(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와 2020년 코스닥 스타인 씨젠이 지지부진한 사이 소재·부품주가 약진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공정소재를 만드는 SK머티리얼즈(7.68%)와 솔브레인(7.33%) 주가가 이날 급등했다. 에코프로비엠, 천보 등 2차전지 소재업체들도 각각 4.19%, 6.65% 뛰었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 한 달여 동안 90% 가까이 급등하는 등 바이오업체들이 주도하던 상승세가 반도체, 2차전지, 5세대(5G) 이동통신, 소재·부품업체로 옮겨가고 있는 모습이다.
IT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이끌던 코스닥의 체질은 20년 새 달라졌다. 당시(2000년 9월 15일 기준) 시총 1위는 국내 휴대폰 시장 태동기 급성장했던 이동통신사 한통프리텔이 차지했다. 한통엠닷컴(3위) 하나로통신(4위) 다음(7위) 새롬기술(8위) 등 IT 업체들도 시총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오, 소재, 게임 업체 등이 고르게 포진한 지금과 큰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다만 나스닥에 비해 코스닥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의 수급이 유가증권시장에 몰려 있는 데다 ‘유가증권시장 2부리그’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지수가 1000을 돌파할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과거처럼 모험자본시장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스닥과 같은 성장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도 “외국인들의 자금 유입이 유가증권시장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의 한계가 분명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초 고점을 찍고 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연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관련주, 바이오주를 시작으로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