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K방역체계 구축’과 ‘과감한 정책대응’으로 코로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자화자찬으로 브리핑을 시작한 것부터 부적절했다. 이미 체계화된 의료시스템과 의료진의 희생, 국민의 자발적 시민의식으로 버텨온 방역체계를 무시로 무너뜨린 게 정부의 오락가락 대책이 아니었던가. 며칠간 환자가 급증하자 순식간에 병실이 바닥나버린 상황에서 K방역 운운은 몰염치한 일이다. ‘과감한 정책대응’을 자랑했지만 ‘돈 찍어 뿌린 것’ 외에 어떤 창의적 대책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공치사도 정도껏 해야 한다.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을 강조하며 제시한 대책도 공허하다. 코로나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첫 번째로 제시한 대책이 또 ‘확장적 거시정책 유지’와 ‘역대 최고 수준 조기 집행’이다. 지방정부의 추경 편성을 독려하겠다고도 했다. 돈을 퍼부어 경제지표를 관리하고 지지도 얻는 ‘쇼’를 지속하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내수경기를 재생시키고 투자를 확산시키겠다”며 쏟아낸 대책들도 역효과가 큰 지역상품권 확대, 민간 구축(驅逐)이 우려되는 공공SOC 확대 같은 선심성이 대다수다.
일자리 대책 역시 실패한 과거의 무한반복이다. 청년고용 의무제, 가이드라인 제시로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압박하는 식의 ‘쥐어짜기’로 채워졌다. 무수한 세계최강 규제를 혁파하는 근본적 고용잠재력 확대 방안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차세대 성장동력 확대’ 대책도 디지털 뉴딜이니 그린뉴딜이니 하는 말의 성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대면 산업육성’을 강조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시급성이 입증된 원격의료 대책은 안 보인다. 정부 내에서도 기업 팔목을 비트는 식의 탄소중립 정책에 회의가 커지는 마당에 그린뉴딜 역시 장밋빛 청사진만 나열했다.
정책도 정책이지만, 정치가 경제를 덮쳐서는 백약이 무효다. 여당에 의해 정책이 하루아침에 뒤집히고, 반(反)시장·반기업 입법이 폭주하는 한 경기 회복은 요원하다. 기재부는 내년 정책방향으로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강조했다. 산업재해 발생 시 벌금, 형사처벌, 영업중지에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물리겠다는 ‘4중 제재’ 법안부터 책임지고 저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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