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0년대 미국 미주리주에 있던 그랜드내셔널은행은 독특한 형태의 점포를 열었다. 소비자가 차를 몰고 와서 방범창 안의 직원에게 현금을 전달하면 계좌에 입금해 주는 창구였다. 무장 갱단이 대놓고 활동하던 때였던 만큼 부유층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운전대를 잡은 채 은행원에게 돈만 건네고 시크하게(?) 떠나는 모습은 부(富)를 과시하는 한 방법이기도 했다.
이 은행 창구는 세계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사례로 기록돼 있다. 드라이브 스루란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운영 방식을 말한다. 유통업계에서는 ‘DT’라는 줄임말도 자주 쓴다.
몇몇 카페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볼 수 있던 드라이브 스루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층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국내 의료기관들이 세계 최초로 시도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코로나19 진료소는 세계적 ‘히트상품’이 됐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5분 안팎이면 검사를 끝낼 수 있다는 편의성과 안전성을 외신들은 높이 평가했다. 미국 등 선진국이 한국을 모방한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대거 도입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서·장난감 대여, 농산물 판매, 교과서 배부 등에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접목하고 있다. 대면 접촉을 자제하는 과정에서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행정·복지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맥도날드는 국내 매장의 약 60%인 260곳, 버거킹은 약 20%인 85곳을 드라이브 스루로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전체 매장의 20%가량인 280곳이 차량 픽업에 특화돼 있다. 올 1~11월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 주문 건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6% 늘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맞춰 ‘워크 스루(walk through)’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미리 주문한 음료를 매장으로 걸어들어가 집어가는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이 필요하다는 입지 조건의 제약이 있지만, 도심 핵심 상권이 아닌 곳에서도 소비자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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