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마이크 파일 글로벌 최고투자전략가가 “내년에 한국과 미국 증시가 새로운 최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에도 미·중 갈등이 계속되겠지만 중국 제조업이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며 중국 투자 비중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파일 전략가는 17일(현지시간) 한국투자공사(KIC) 뉴욕지사 주관으로 열린 특파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대량 보급돼 경제가 재가동되겠지만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이라며 “강한 성장과 실질 수익률 하락은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파일 전략가는 “세계가 심각한 보건 위기를 맞고 있지만 자연재해라는 측면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경제 여건은 훨씬 낫다”며 “미 중앙은행(Fed) 역시 상당한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해 경제를 떠받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미국 증시는 기술주 헬스케어주와 같이 성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업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아 유리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화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중국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투자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지속가능 자산으로 신규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 주식, 미국 국채에 대해선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며 투자 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했다.
파일 전략가는 “내년은 글로벌 경제 성장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백신이 대규모로 보급돼 경제 회복을 강하게 자극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어 “향후 수년간 미국이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하는 첫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시에선 산업별 양극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유통, 정유 등 전통 분야보다 전자상거래, 신재생에너지 등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파일 전략가는 외교정책을 예측할 수 있고 달러 가치 약세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한국, 중국, 대만 등에 대한 투자 확대를 추천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미·중 갈등 강도가 세질 수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처럼 돌발 상황이 빈번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일 전략가는 “내년엔 코로나19 사태 극복이 빠른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더 강하게 반등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글로벌 자본이 중국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입장에 변화가 생긴다면 금융시장 전망 역시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Fed의 유동성 공급이 내년 이후 강세장 전망의 핵심 요인이란 의미다. Fed는 지난 6월부터 월 12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일본 경제와 관련해선 “달러 약세에 따른 엔화 강세가 일본의 수출 전선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한국 등) 주변 경쟁국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이유로 일본 주식에 대해선 비중 축소를 주문했다. 올 들어 급등세를 타고 있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해선 “특별한 견해가 없다”며 자산 편입 여부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