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0월 아랍에미리트(UAE)를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 기간을 어겼다는 지적이 20일 나왔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진흥원 원장이었던 권 후보자는 10월 25∼29일 한-UAE 보건의료 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UAE 출장을 다녀왔다.
권 후보자는 29일 오후 귀국해 자가격리 의무에 따라 12일 정오까지 자가격리 해야 하지만, 12일 오전 9시부터 열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20' 행사에 참석, 환영사를 하고 시상식에도 참여했다.
공무상 자가격리 면제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에 적용되는 입국후 격리의무 기간인 14일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환영사와 시상식을 위해 다수가 모인 대중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몇 시간이기는 해도 일반 국민들은 자가격리 해제 시간 2시간을 남기고 외출해도 벌금형이 선고되는 현실에 비춰보면, 보건당국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인사가 자가격리 기간을 지키지 않고 불특정 다수가 참석하는 행사에 장시간 머무른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조 의원의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4월에는 해외입국자들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고 위반시 무관용 처벌을 선포했다. 최근 울산지법 형사10단독(김경록 판사)은 지난 6월 미국에서 입국해 구청으로부터 14일간의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 집에 머물다 격리해제 2시간을 앞두고 부가가치세 신고를 위해 인근 세무소를 방문했던 A씨(48)에게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권 후보자는 마스크를 끼지 않은채 이른바 '노마스크' 행보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장 보고서에 첨부된 사진을 보면 지난 10월 28일 권 후보자는 UAE 측과의 면담 등 공식 석상에서는 마스크를 썼지만, 진흥원 현지 지사와의 면담, 현지 진출 의료인과의 간담회 등에서는 마스크 없이 대화하는 모습이었다.
출장지인 아부다비는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조 의원은 "보건당국의 공직자가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귀국 후 14일의 자가격리 의무기간내에 대중행사에 참석해 다수를 대면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공직자 격리면제 절차를 거치고 입국검사에서 음성판정이 나왔더라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감염병 전파 가능성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보도자료를 내고 자가격리 의무 위반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준비단은 "권 후보자의 UAE 출장은 외교 공무상의 출장으로, 후보자는 코로나19 관리 지침에 따라 외교 공무상의 자가격리 면제 대상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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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관련 절차를 준수해 UAE에서 입국 전 공무상 사유로 격리면제 신청을 했다. 입국 시 실시한 진단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 면제를 허가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격리면제 기간에는 앞서 제출한 활동 계획서의 계획대로 이행하면서 당국의 안내에 따라 매일 능동감시를 받는 등 격리면제 지침을 준수했다"고 덧붙였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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