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복 감독의 도전이 통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은 '비밀'과 '태양의 후예', '도깨비'와 '미스터션샤인'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신드롬적인 흥행을 이끈 이응복 감독의 신작이다. '미스터션샤인' 종영 이후 2년 여 만에 선보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일각에서는 멜로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이응복 감독이 괴물이 등장하는 '스위트홈'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공개되자마자 기우임을 증명했다. 21일 기준 '스위트홈'은 한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카타르, 태국, 베트남 등 총 8개국 넷플릭스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공개 나흘만에 정상에 오른 것.
뿐만 아니라 홍콩과 페루,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위, 도미니카공화국과 오만, 방글라데시, 아랍에미리트에서 3위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8위, 멕시코 9위, 프랑스 10위 등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까지 인기 몰이 중이다.
공개되자마자 시즌2 요청이 이어지는 상황, 이응복 감독은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청률이라는 고전적인 가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니 심심하긴 하다"고 웃으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찾아보며 보완해야 할 부분, 아쉬운 부분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사람들이 괴물로 변해가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려냈을 뿐 아니라 원작에서 튀어나온 비주얼의 괴물들에 찬사가 나왔다.
"평소에 크리처물을 즐겨 보지 않아요. 원작이 워낙 재밌었고 그래서 원작 팬들이 실망하지 않을 괴물의 비주얼을 구현하려 했어요. 다른 호러물은 참고하지 않았어요. 인간과 괴물의 대결 구도가 아닌 괴물보다 더 괴물같은 인간과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괴물의 모습을 보여주려는데 중점을 뒀죠."
크리처 장르는 이응복 감독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생소한 장르다. 특히 '스위트홈'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모양의 괴물들은 원작에서 디자인을 따왔다 하더라도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여기에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더하는 작업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됐다.
이응복 감독은 "한국 시청자들의 클라스가 월드 클라스"라며 "눈높이가 높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가려면 노력해야 했다"며 "괴물 사이즈가 커지고 하면 움직임을 구현하거나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술적인 부분 외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그게 모아서 새로운 도전과 예산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거 같다"고 당부했다.
캐스팅 역시 실험적이었다. 신예 송강을 주인공 현수 역으로 파격적으로 캐스팅했고, 고민시와 이도현, 박규영과 고윤정까지 캐릭터와 '찰떡' 캐스팅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이응복 감독은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다 보니 인지도보다는 싱크로율을 더 많이 봤다"며 "캐스팅을 처음 진행할 때부터 그 부분만 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어 "은유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격인데 (고민시가) 그런 부분이 잘 맞았고, 은혁은 진지한듯 하지만 우울하고 그런 부분이 있는데, (이도현이) 연기가 됐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미 멜로로 정점을 찍은 흥행 감독이었다. 이응복 감독은 "원작 자체가 워낙 훌륭했고, 저도 소재의 확장과 글로벌한 스토리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스위트홈'에 대한 의미를 밝혔다.
"모든 연출자에게 매 작품은 도전입니다. 강도나 종류만 다를 뿐이죠.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라 '실패해도 본전은 가겠다'는 생각으로 더 가볍게 도전할 수 있었어요. . '스위트홈'은 10부작인데, 앞으로도 (미니시리즈의 기본인) 16부작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를 다채로운 포맷으로 그리고 싶어요."
'스위트홈'이 이제 막 방송을 시작했지만, 이응복 감독은 이미 차기작 촬영을 시작했다. 이응복 감독은 '킹덤'의 김은희 작가가 집필하고 배우 전지현, 주지훈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지리산' 연출하고 있다.
이응복 감독은 "김은희 작가님 '킹덤'이 워낙 잘됐고, 이번 작품을 같이 하게 돼 영광"이라며 "전지현 배우, 주지훈 배우 역시 제가 정말 같이 해보고 싶었던 배우들이라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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