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이 기록적 유동성을 풀어놓은 상황에서 내년 하반기 경제가 백신 보급으로 회복될 경우 물가가 앙등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다.
미국의 채권운용사인 야누스핸더스은 "내년 물가 상승은 예측 가능한 순환 리플레이션(인플레이션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현상)으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인플레이션과는 혼동되어선 안 된다"고 분석했다.
야누스핸더슨의 존 파툴로 채권전략 공동총괄은 18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 대확산에 따른 경제 봉쇄가 내년 봄~여름께 걷히면서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이는 억눌린 소비가 터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장기적, 구조적 인플레 요인과는 구별되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확산 이후 터졌던 디스인플레이션(물가가 내려가는 것) 충격이 이제 주기적인 '병목'(Bottleneck)형 리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 봄~여름 경제가 본격적으로 코로나 봉쇄에서 벗어나면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소비자 물가)과 근원 인플레이션 모두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람들이 다시 밖에 나가 억눌렸던 소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파툴로 총괄은 "이는 주로 생산의 병목 현상으로 인해 생기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소비 증가율이 단기적으로 생산 증가율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 재고 수준이 코로나 봉쇄 여파로 낮은 상태여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플레이션 기간엔 원자재 등 상품 가격이 오르고,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진다. 또 달러가 약세를 보이며, 가치주가 순환주보다 상대적인 수익률에서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구리, 목재 가격을 예로 들었다. 최근 구리 가격은 수요 증가 예상 속에 폭등해 6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가가 오를 수도 있다. 게다가 지난 4월에 유가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여파로 내년 4월에는 기저효과로 인해 물가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
또 달러화 약세는 수입물가도 높일 수 있다. 수입이 많은 미국에선 영향이 크다.
파툴로 총괄은 "우리는 이런 물가의 반등이 상당히 급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년 여름에는 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뉴스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됐지만, 화폐 유통속도가 떨어져 물가가 안정됐다. 미국의 저축률은 통상 8% 수준이었지만 지난 4월 33.7%까지 급등했고, 최근에도 10%를 넘고 있다. 이는 수조달러가 보복적 소비에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Fed는 경제 회복을 위해 당분간 2% 이상의 물가상승률이 나타나도 제로금리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고용 확대를 위해서다.
하지만 파툴로 총괄은 "(내년 봄~여름)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흔들리지 말라"면서 "투자할 때는 이런 경기주기적 요인과 우리가 왜 저성장, 저인플레 시대에 놓여있는 지 알려주는 구조적 요인을 구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 복수적인 소비와 생산 및 재고의 병목 현상,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장기적인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으로 혼동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 자본과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영구적으로 인상되는 경우인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인금 인상 요인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뜻이다.
파툴로 총괄은 "일본과 유럽의 경험을 봤을 때 수요가 견인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계속해서 마이너스 금리로 대변되는 금융 억압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일부 중앙은행이 이런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에 대하 대응할 수도 있으며, 이것은 투자자에서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국채와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회사채 가격은 높아질 것으로 본다"면서 "달러 약세, 상품시장 강세, 증시의 가치주 순환 등을 잘 지켜보면서 이런 리플레이션 장세가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 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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