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화보] ‘카라’ 출신 허영지 “투입되자마자 30곡 넘는 안무 외웠지만 언니들과 생활 전혀 힘들지 않았어”

입력 2020-12-21 15:24   수정 2020-12-22 11:38


[박찬 기자] 한밤에 젖어 들면 추억은 그늘처럼 다가온다. 문득 누군가를 기억하고 떠올릴 때 그리움은 더 진해지고 비로소 제 무게는 윤곽으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허영지의 출발은 어쩌면 추억과 열망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른다.

‘카라(KARA)’라는 그룹을 만나면서 밟아온 2년은 분명 그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런 자신의 부족함을 되짚게 된 전환점이기도 했다. 새벽달이 그늘 위 지평선을 품듯, 추억은 이토록 푸르른 순간을 심어준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허영지, 2015년 bnt와 처음으로 화보 촬영할 당시 자신에 대해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라고 했던 말을 꺼내자 “화려하고 임팩트 있게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그 잠재력을 발휘하면서 살고 있다”라며 “연기, MC, 라디오 방송, 연극까지 다양한 분야를 활동하다 보니 내 한계를 조금씩 조금씩 깨는 기분”이라고 답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잠재력은 30% 정도 이끌었다고. “아직 80년은 나를 더 보셔야 한다. 얇고 길게 ‘롱 런’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얼마 전 ‘라떼월드 Latte World’ 시즌 2를 종영한 허영지. 첫 섭외 제의가 왔을 때 고민이 됐다는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유학을 가서 그 당시 유행 콘텐츠를 공감 못 하진 않을까 걱정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상대적으로 어린 친구들이 개그맨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고. “아무래도 내가 tvN ‘코미디빅리그’ MC를 맡다 보니 더 그렇게 오해한다. 옛날엔 ‘절대 아니다’라고 당황했지만 이제는 웃으면서 수긍한다”라고 답한 그.

2019년부터 ‘코미디빅리그’에서 고정 MC를 맡은 그는 평소 개그맨들에게 감탄할 때가 많다고 말을 이었다. “매번 즉흥적인 개그로 그 무대를 해석한다”라며 “개그맨들은 엔터테이너로서 뭐든지 다 도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각종 방송에서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는 허영지,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리액션이 큰 편이라서 더 주목받는 것 같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해서 조금 그렇지만 가식 없는 내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무대에 섰다는 점이 아쉬울 때가 많다고. “내가 지금까지 섰던 무대 영상을 빠짐없이 모두 챙겨봤다. 모든 영상을 다 챙겨볼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직접 섰던 무대가 많지 않다”라고 말하며 그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서 연기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아직도 연기가 힘들고 쉽지 않다. tvN ‘또 오해영’의 ‘윤안나’ 역을 맡을 때부터 그랬다. 스스로가 아직 제대로 준비 안 됐다고 생각해 두려움이 컸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지금은 조금 더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이번엔 카라 활동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다. 투입 후 그는 ‘언니들과 함께 활동하지만 절대 같은 위치가 아니다’라고 되뇌곤 했다고 말했다. 팀 멤버들과 안무 연습을 함께 맞췄을 때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을 정도로 민폐를 끼치지 않고자 최대한 노력한 그였다.

“카라에 투입하자마자 투어 공연을 돌았어야 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30곡이 넘는 안무를 모두 외워야만 했다”라며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연습생 때부터 줄곧 꿈꾸던 언니들과의 생활이었기 때문에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최근에는 멤버 한승연의 집에 놀러 갔다는 그는 “언니 집에 놀러 가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는데 대화만 했는데도 7시간이 훌쩍 흘렀다”라며 아직도 그들 앞에서 21살 때처럼 설렌다는 말을 덧붙였다.

‘카라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허영지는 “연습생 생활을 거의 5년 동안 했는데 그때 당시가 정말 절실했다”라고 말하며 “긴 연습생 기간, 인간관계에 지쳐버렸던 찰나에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나는 아직도 ‘카라 프로젝트’ 방송을 못 본다. 내가 제일 예뻤던 시절이지만 힘들어했던 게 떠올라서 눈물이 흐른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당시의 그는 한 달에 14 kg를 감량해 정말로 기운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고.

지난 5년 동안 성실한 엔터테이너였던 허영지. 하지만 그는 마냥 성실하다기보다는 재밌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연기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하지만 나 같은 캐릭터도 어딘가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내 이미지에 맞는 배역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답한 그였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순간은 카라 활동 직후. 허영지는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힘들었다”라며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내 모습이 정말 바보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안무 연습을 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모든 곡의 안무를 기억하고 있다는 그. 춤 자체가 예뻐서 가끔 집에서 혼자 출 때도 있다고. 그중 가장 애착 가는 곡은 ‘맘마미아’로, “지금 봐도 감탄스러울 정도로 아름답다”라고 말을 이었다.

열심히 준비했던 카라 생활이지만 활동 기간이 짧아서 아쉬웠다는 허영지. “내가 투입됨으로써 팀에 화제를 불어넣어 주고 싶었지만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고, 어느 정도의 죄책감도 갖고 있다”라고 고백했다.

MBTI를 찾아보니 ‘ISFP(성인군자형)’인 허영지. ISFP의 특성 중 하나가 현실적인 부귀영화보다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 이에 대해 그는 “나도 그런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부자가 아니더라도 내가 찾을 수 있는 행복은 많다”라며 “평소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되면 정말 힘들어하는 타입”이라고 답했다.

이번엔 이상형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다. “20대 초반에는 마르고 눈이 큰 전형적인 꽃미남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듬직한 스타일에 끌린다”라며 “살집이 조금 있어도, 얼굴이 평범해도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내게는 중요하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만 20살이 되던 해에 만난 소중한 인연, 카라. 어떨 때 가장 그리운지 묻자 허영지는 “솔직히 말하자면 매 순간 그립다. 하루에 한 번씩은 아직도 언니들의 SNS를 들어간다. 하라 언니 계정에도 습관처럼 들락날락하게 된다”라고 조용히 답했다. ‘다시 뭉쳤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항상 가슴 속에 품고 있다고.

故 구하라에 대해서는 “그때 그 모습을 그대로 지켜봐 주는 것도 언니를 추억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하며 조심스레 그리움을 표한 그였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권해근
의상: 스컬프터
주얼리: ovt
스타일리스트: 송재영 실장
어시스턴트: 오예린
헤어: 우선 다빈 부원장
메이크업: 우선 명선 원장, 이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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