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눈 '일상의 테두리'…그 따스한 그림자

입력 2020-12-21 17:19   수정 2020-12-22 00:44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남자, 반바지·반팔옷 차림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버지, 책가방을 메고 함께 걸어가는 여학생들, 서로의 어깨와 허리에 팔을 감고 가는 연인, 아이들과 나들이에 나선 가족, 아기를 무릎에 앉힌 엄마, 컵에 담긴 음료를 나눠 마시는 어린 형제…. 많은 사람이 등장하지만 혼자 있는 사람은 없다. 친구, 연인, 가족, 형제자매, 반려견 등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열리고 있는 황혜선 개인전 ‘함께라면 함께여서 함께니까’는 이렇게 공존과 동행의 따스함을 전하는 자리다. 황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친 사람과 사물들의 이야기와 기억을 붓으로 그린 뒤 이를 다시 천, 유리,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등의 재료로 조각작품화하는 작가다. 벽에 걸린 ‘드로잉 조각’(사진)들은 언뜻 보면 평면적인 스케치 작업 같다. 사물의 윤곽이 겹쳐 보이는 선들은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그런 것처럼 자연스럽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그림이 아니라 그림의 선을 따라 알루미늄판을 오려낸 조각이다. 드로잉을 알루미늄판에 붙인 뒤 워터젯으로 형상을 따냈다. 여기에 조명의 그림자가 벽에 생기면서 선이 겹쳐 보이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드로잉 조각’이라는 독자적 작품 세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해온 황 작가는 다양한 재료와 드로잉으로 수평·수직적 깊이를 만들어왔다. 스테인리스 스틸 양동이 작업, 유리-에칭 작업, 유리-실크스크린 작업 등이 그랬다.

이번 전시에는 드로잉 조각 30여 점을 걸었다. 너와 나, 우리가 함께하는 관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 알루미늄의 차가움 대신 온기가 전시장에 가득하다. 박남희 홍익대 교수는 “황 작가는 일상과 예술, 행위와 사유, 평면과 공간, 표면과 깊이, 음각과 양각, 표면과 이면 등 다른 영역들의 경계를 작업에 풀어놓음으로써 실존적 사유에 다가서게 한다”며 “이번 전시에는 치유와 위로의 온기를 전하는 작가의 시선이 보다 잘 드러나 있다”고 평했다.

이런 온기를 더하는 것은 드로잉 조각과 함께 전시된 오브제 컬렉션이다. 전시장 입구에는 작가가 지난 10여 년간 파리, 런던 등 해외 각지에서 수집한 손거울 109개가 매달려 있다. 거울에는 ‘영원한 폭풍은 없다’ ‘당신에겐 언제나 힘이 있어요’ ‘다가갈까 그냥 지켜볼까’ 등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들이 한글과 영어로 쓰여 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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