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1년 유예" 호소에도 화관법 내달부터 강행

입력 2020-12-21 17:22   수정 2020-12-22 03:31

정부가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위반 단속을 1년 유예해달라는 중소기업계의 호소에도 예정대로 다음달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환경부 소속 화학물질안전원은 배관설비와 내진설계, 안전밸브, 방지턱 등 관련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 고시를 22일 개정한다고 밝혔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유해화학물질 취급 시설에 대한 정기검사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예를 들어 화관법 시설 기준에 따라 방류벽을 설치할 수 없는 사업장은 방류벽 대신 감지기, 폐쇄회로TV(CCTV) 설치 등의 추가 안전관리 방안을 적용할 수 있다. 사실상 화관법 시행을 공식화하는 조치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중소기업계는 당장 열흘 뒤부터 화관법 위반 단속이 시행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중소기업단체장은 지난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 상황임을 감안해 화관법 정기검사를 1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화관법을 지키려면 방지벽·경보장치 설치 등 336개에 달하는 시설 기준을 맞춰야 한다. 이에 필요한 공사비만 업체당 평균 1800만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의 정기검사에서 화관법 불이행 사실이 적발되면 대표이사는 최고 5년 이하 징역 및 1억원 이하의 벌금, 회사는 영업정지 등을 당한다. 수천만원의 공사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이 대거 범법자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화관법을 적용받는 기업은 도금, 염료, 정밀화학 등 1만4000여 곳에 달한다.

환경부는 내년 중기중앙회와 정례협의회를 구성해 추가 업종에 대한 규제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번 규제 완화는 도금과 염색업계 요구만 주로 반영한 것으로 페인트, 염료·안료, 주물 업종의 요구사항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추가 규제 개선 및 관련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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