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늦어지자,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초강력 행정명령을 택했다. 3단계로 거리두기로 격상할 경우 필수시설을 제외한 모든 다중 이용시설의 운영이 중단돼 서민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크기 때문에 방역당국은 신중을 기하고 있다. ‘최후의 조치’가 유예되면서 소상공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적 모임을 제지·단속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행정명령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서울시 등 수도권이 이 같은 조치를 공동으로 내린 이유는 연말연시를 맞아 늘어난 각종 모임·행사로 지역사회 곳곳에 산재된 일상감염에 시민들이 노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발생한 전체 확진자 926명 가운데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892명(96.3%)에 달한다. 전체 확진자 중 70.1%(649명)가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발생한 만큼 수도권 집중도도 높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최근 4주간 집단감염 발생 사례를 보면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이 41.4%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가족, 지인, 동료, 친구 등과의 사적 모임으로 확산되는 집단감염을 줄이지 않고서는 지금의 위기를 넘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번 행정명령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전체 수도권 인구의 사적 모임을 제한하고, 단속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이 같은 지적에 수긍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행정명령은 시민들의 경각심 제고와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 주목적이 있어 단속보다 경고적 조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현장 단속에 한계가 있지만 특별사법경찰 등을 통해 현장 계도와 행정 지도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사적 모임 제한이라는 행정명령 자체가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명령이 적용되더라도 집회 및 시위(10인 미만)는 사적 모임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가능하다. 이번 행정명령은 시설 규제가 아닌, 행위 규제기 때문에 다중이용시설에 적용되는 규제도 달라지지 않는다. 인파가 몰릴 가능성이 있는 전시회와 영화관은 그대로 운영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확진자 급증에도 출퇴근길 대중교통 혼잡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우모씨(32)는 “5명 이상 모이는 모임은 금지하면서 다닥다닥 붙어 수십 명이 함께 움직이는 출퇴근길 지하철과 버스는 그대로 두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방역보단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관/민경진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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