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물류 유통망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스타트업 투자, 배달대행 업체 인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물류 역량 강화에 나섰다. 네이버쇼핑의 단점으로 지목된 ‘배달 속도’를 보완하는 전략이다. 치열해지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경쟁에서 강화된 배송 서비스로 네이버가 1위 사업자로 발돋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속도 내는 물류 기업 투자
네이버는 이번달 물류 스타트업 테크타카에 투자했다. 테크타카는 수요 예측, 주문·재고 관리, 배송 등 전자상거래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다. 테크타카는 내년 1월 자체 솔루션 ‘아르고’를 출시하고, 이를 적용한 자체 물류 센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물류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네이버는 올해 물류 스타트업 다섯 곳에 총 93억원을 투자했다. 에프에스에스, 위킵, 두손컴퍼니 등이다.네이버는 지난달 배달대행 서비스 ‘생각대로’를 운영하는 인성데이타에 4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3%를 확보했다. 인성데이타는 국내 퀵서비스 분야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배달운송업체다. 2016년 자회사 로지올을 설립해 음식 배달대행 서비스 생각대로를 출시했다. 월 1000만 건 이상의 배달주문을 수행하며 음식 배달대행업계에서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네이버는 배달운송업체에도 꾸준히 투자해왔다. 2017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에 350억원을 투자했고, 같은해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에 240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당장 네이버가 배달대행 시장으로 진출하기보다 네이버와 함께 사업을 하고 있는 중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올 10월에는 CJ그룹과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CJ대한통운 자사주 7.85%(3000억원)를 취득했다. 네이버는 4월부터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주문 24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풀필먼트)를 일부 상품에 도입했다. 지분 맞교환으로 이런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물류 강화로 1위 사업자 노려
모바일 앱 데이터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가 지난 상반기 네이버쇼핑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한 금액은 쿠팡과 이베이코리아에서 결제한 금액에 이어 3위에 올랐다.네이버쇼핑의 장점은 국내 1위 검색 플랫폼 네이버와 연계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쿠팡에 비해 늦은 배송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쿠팡은 당일배송, 익일배송 등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주문에서부터 배송까지 보통 3~5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배달대행 서비스들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배송 서비스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의 전국적인 택배 유통망뿐만 아니라 생각대로와 부릉의 도시 내 촘촘한 단기 배송 연결망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업체가 쌓고 있는 유통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다. 물류 스타트업들의 기술로 효율적인 배송 시스템도 갖출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의 다양성, 검색 플랫폼 연동을 통한 편리성은 네이버가 국내 최고 수준”이라며 “배송 능력만 보장되면 1위에 올라서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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