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과 관련해 미국에 날 선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내정 간섭"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정작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사진)의 비판에는 입을 닫았던 만큼 정부여당이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與, 동맹국 미국 향해 이례적으로 비판 쏟아내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0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한국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며 "편협한 주장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지난 14일 국회를 통과한 대북전단금지법은 대북전단 살포 등 행위에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된 이후 유엔(UN)과 미국 의회, 영국 의회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지한파 의원 모임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인 제럴드 코널리 하원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법안 서명 전 재검토를 촉구했다.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관련 청문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의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 NK)'을 대표해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고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해당 서한에는 탈북민 출신의 지성호·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서명을 했다. 지성호 의원은 미국을 직접 찾아 대북전단금지법 외교전을 펼치기도 했다.
대북전단 관련 김여정 담화에는 침묵했던 與
이 같은 움직임들에 대해 허영 대변인은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왜곡된 주장을 펴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미국 일부 단체의 대북전단 후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를 살피는 것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또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대북전단 살포 규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했다. 동맹국인 미국을 향해 정부여당이 이례적으로 비판을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출신인 만큼 국제사회에서 인권과 관련한 우려를 표하자 여당이 적극 방어에 나선 것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북 전단 살포 관련 비판 담화에는 입을 닫은 바 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6월4일에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는 담화를 노동신문에 냈다. 그는 탈북민들을 "사람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들"이라고 표현하며 "함부로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건드리며 핵 문제를 걸고 무엄하게 놀아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같은 달 13일에 또 담화를 내고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 3일 뒤인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정말 형체도 남기지 않고 폭파됐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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