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9월 초 빅데이터 분석기업 팔란티어가 뉴욕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정부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어 업무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고,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학개미는 팔란티어를 택했다. 22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12월 1일부터 21일까지 팔란티어 주식 7700만달러(약 8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테슬라(8억4700만달러)에 이은 순매수 주식 2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2003년 ‘페이팔 마피아’(페이팔 출신 창업가) 중 한 명인 피터 틸을 비롯한 5명이 모여 설립했다. 2002년 피터 틸은 페이팔 매각대금으로 팔란티어에 투자했고 페이팔이 사용하던 금융사기 방지 프로그램을 응용해 팔란티어의 핵심사업을 시작했다. 사명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팔란티어(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가진 구슬)에서 따왔다고 알려져 있다.
팔란티어는 정부기관과 대기업에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업부문은 정부용 서비스인 ‘고담’과 기업용 소프트웨어인 ‘파운드리’로 구성됐다. 고담은 테러조직 검거, 자금 세탁 방지 등에 사용된다. 오사마 빈 라덴 제거작전, 유럽 ISIS 테러사건에 투입됐고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자 감염 경로 추적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파운드리의 고객사는 크레디트스위스, 에어버스, 피아트크라이슬러 등으로 금융기업 내부 불법거래 감시, 제품 생산 및 관리 등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작년 말 기준 고담은 매출의 43%를, 파운드리는 57%를 차지했다.
팔란티어는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적자도 계속되고 있다. 2018년, 2019년 모두 약 6억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 3분기에는 연구개발 비용이 급증해 8억5330만달러의 손실을 냈다.
증권업계는 공헌이익률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공헌이익률이란 매출에서 공헌이익(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값)이 차지하는 비율로, 공헌이익률이 클수록 매출에서 판매 및 관리비, 마케팅비용 등 변동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3분기 15%였던 공헌이익률은 작년 말 33%, 올 3분기 56%로 상승했다.
허지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처음 고객을 유치하는 단계에서는 비용을 청구하지 않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하지만 계약이 확장되는 단계에서는 추가 비용은 제한적인 반면 계약금액이 고정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이익률이 빠르게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가 수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상장 당일 종가 9.5달러로 출발한 팔란티어는 21일(현지시간) 28.51달러에 마감했다. 약 3개월 만에 200% 올랐다.
이달 들어 크레디트스위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낮췄다. 19일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년 매출 기준 현재 주가매출비율(PSR: 주가/주당매출액)은 46배에 달하고 팔란티어의 고객사가 소수(125개사)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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