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8시께 중국 군용기 4대가 차례로 이어도 서쪽에서 카디즈에 진입했고, 이 중 2대가 울릉도 동쪽 일대를 지나 카디즈를 이탈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군용기 15대도 차례로 동해 카디즈 북쪽에서 진입해 이 가운데 2대가 독도 동쪽으로 카디즈를 벗어났다가 다시 진입해 독도 동북쪽으로 나갔다. 합참은 양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카디즈에 무단 진입한 건 지난 8월 이후 4개월 만이고, 중국 군용기는 작년 11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중국은 군용기가 카디즈에 진입하기 직전 한·중 군사 직통망을 통해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통보했다. 러시아는 우리측에 별도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은 중국 군용기가 카디즈에 진입하기 전부터 KF-16 등을 출동시켜 중국 항공기에 경고 방송을 하고 추적 감시비행과 차단기동을 하는 등 전술조치를 실시했다. 합참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연합 군사훈련으로 평가하고 있고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러시아와의 비행정보 교환을 위한 직통망 구축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중·러 군용기의 이번 카디즈 무단 침범이 내년 초 미국 정권교체기를 겨냥한 위력 과시용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4~6대 규모로 이뤄지던 카디즈 침범이 이번에 19대 규모로 커진 것 역시 의도된 계산이란 것이다. 군 관계자는 “연말 갑작스런 카디즈 침범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새 행정부에 대한 경고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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