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최근 잇따라 국내 바이오 기업의 신약 후보물질을 사들였다. 해외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들여오던 지금까지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과는 다른 행보다. LG화학이 대사질환, 면역질환, 암 등으로 다변화하고 국내 바이오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을 이끌던 과거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술 확보
LG화학은 메디포스트와 줄기세포 배양 플랫폼 기술인 ‘MLSC’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발표했다. MLSC는 메디포스트가 보유한 중간엽줄기세포 배양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활동성이 좋은 중간엽줄기세포를 대량 배양할 수 있어 세포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화학은 유전자 조작 기술과 MLSC 기술을 접목해 치료 부위에 정확하게 도달할 수 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1월 양사가 체결했던 공동연구 계약의 연장선이다. 당시 LG화학은 2년간 메디포스트와의 연구 협력을 통해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의 후보물질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이날 계약으로 LG화학은 공동연구를 통해 확보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글로벌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갖게 됐다. 선급금과 임상, 상업화 정도에 따른 단계별 성과급(마일스톤)은 공개하지 않았다.
LG화학은 지난 22일에도 국내 바이오 기업과의 기술이전 계약을 했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인 아이씨엠에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반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ICM-203’의 한국 및 중국 판권을 사들였다. 아이씨엠은 연세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로 ICM-203의 호주, 미국 임상 1상을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이 유전자 치료제를 퇴행성 관절염뿐 아니라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10년 내 글로벌 신약 2개 출시”
LG화학은 2018년 11월부터 2년여간 10건의 라이선스인 계약을 체결했다. 대사질환, 암 분야다. 지난해 3월까지 진행된 초기 계약 4건은 미국, 영국, 벨기에, 스웨덴 등 바이오 기업에서 항암제와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에 대한 권리를 인수하는 내용이었다. 유럽 임상 1상 중인 비소세포폐암 백신에 대한 아시아 권리를 사들이기도 했다.올해 체결한 라이선스인 계약은 모두 4건이다. 이 중 3건이 국내 기업과 이뤄졌다. LG화학은 지난 4월 지놈앤컴퍼니가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로 개발 중인 ‘GEN-001’의 동아시아 권리를 확보했다. 해외에선 지난 8월 중국 트랜스테라 바이오사이언스에서 NASH 치료 후보물질 ‘TT-01025’를 도입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지난 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LG화학 관계자는 “2030년까지 2개 이상의 신약을 세계 시장에서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며 “상용화된 제품이 많지 않은 항암제, 면역질환·대사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다양한 접근 방식을 확보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국내 기업인 파마리서치바이오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중국 판권도 가져왔다. 진행 중인 국내 임상 3상 결과가 나오는 대로 중국에서 임상 3상을 할 예정이다. 중국 필러시장 점유율 1위인 LG화학은 기존 중국 유통망을 활용하면 미국 앨러간의 보톡스 등과도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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