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파업이 유보된 배경을 보면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대타협’이라기보다 노조 승리에 가깝다. 학비연대의 임금 인상 요구를 시·도교육청이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도출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학비연대가 처우 개선·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벌이는 대규모 파업은 2014년 이후 연례행사가 됐다. 2014, 2016, 2017, 2019년에 이어 올해까지 벌써 다섯 차례다. 해마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는 만큼 내년에도 ‘돌봄대란’ ‘급식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한 예측이 나온다. 파업 규모도 점점 커져 지난해 7월에는 3857개에 달하는 학교에서 급식이 일시 중단됐다.
돌봄노조의 파업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돌봄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파업 여파로 사라진 것이다. 당초 돌봄노조 파업의 쟁점은 임금 인상과 거리가 먼, 국가 돌봄 서비스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담은 ‘온종일돌봄특별법’이었다. 돌봄노조 측은 고용주체가 교육청에서 지자체로 바뀌면 고용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6일 돌봄노조가 1차 파업을 한 뒤로 돌봄체계에 관한 논의는 사라졌다. 대신 고용시간 확대 등 처우 개선이 핵심이 됐다. 학비연대가 시·도교육청과의 임금교섭을 이유로 총파업을 계획하자 돌봄노조도 바로 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교육부가 돌봄전담사, 교원단체, 시·도교육청 간 중재를 하겠다며 마련한 ‘초등돌봄 개선 협의체’는 교원단체들이 “돌봄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없다”며 참여 거부를 선언해 무산됐다.
현행 돌봄교실 체제는 17년간 교육부 고시만으로 운영돼왔다.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아 교사와 돌봄전담사 모두 불만을 품고 있다. 온종일돌봄특별법의 취지는 이런 돌봄교실의 운영 근거를 명확히 하고 부처별로 따로 운영하던 돌봄체계를 통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 개선을 위한 논의는 실종되고 ‘파업’과 ‘임금 인상’이란 구호만 남게 됐다.
발전적 논의 없이 이어지는 소모적 파업의 피해는 아이들의 몫이다. 코로나19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워킹맘들은 추가 파업이 발생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시민이 학비연대의 파업을 제지해달라며 이달 8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23일 기준 참여자 수가 2만2000명을 넘어섰다.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돌봄정책이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역설적인 상황이 매년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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