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를 두고 불안감이 높아지자 정부가 백신을 먼저 맞는 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한두달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다행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현재까지 확보한 백신은 임상 3상을 마치지 못한 아스트라제네카가 유일해 모더나, 화이자 등을 접종하는 다른 나라를 관찰할 기회가 유용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신 확보가 늦어지자 꺼내든 변명이 오히려 상황과 안맞는 데다 하루 1000명 넘게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백신이 늦어져 다행'이라는 표현도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가 아스트라제네카 초기 접종국 대열에 합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최초로 맞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정부 설명과 안맞는 대목이다.
3상 시험도 끝나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만 믿는 정부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며 “(먼저 맞는)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두 달 관찰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하는 것처럼 1등 경쟁을 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에 대해 방역당국으로서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도 했다하지만 우리 정부가 현재까지 계약서에 서명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유일하다. 정부는 지난 8일 코로나19 백신 4400만 명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계약을 체결한 코로나19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개발하는 제품 1000만 명분(2000만 병)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백신의 3상 시험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백신은 이미 3상을 완료하고 해외에서 접종이 시작된 모더나와 화이자다. 정부의 설명이 맞아떨어지려면 이 두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
계약을 마치지도 못한 정부는 해외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는 입장이다. 내년 안에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2000만 명분을 들여온다는 계획은 잡혀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한국보다 먼저 구매한 다른 나라에 밀려 그 시기는 하반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개발도 마치지 못한 아스트라제네카만 손에 쥐고 "다른 나라의 다른 백신 접종 상황을 보겠다"는 입장을 낸 것이다.
우리 보건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를 2월께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월께부터 본격적인 접종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이 백신의 초기 접종국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다소 늦어지더라도 정부 발표처럼 '먼저 맞은 나라를 2~3개월간 관찰할 기회'는 사실상 갖기 힘들게 됐다.
뒤늦게 백신 확보 나섰지만…이제 와서 부작용 우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전날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백신 확보 지시사항을 발표한 뒤 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이 누구인가'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지적에 책임을 질병관리청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총괄반장은 "백신 구매와 도입의 최종결정권자가 누구인가"는 질문에 "질병관리청장이 백신 구매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며 "코로나19는 범정부적으로 사무국을 수립해 지원 체계를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정부가 K-방역 홍보에만 열을 올리다가 뒤늦게 백신 확보에 나섰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또 우리 정부가 다른 국가들보다 한발 늦게 백신 확보에 나섰으면서 때아닌 부작용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백신 늑장' 비판에 여당 지도부가 발끈하며 '알레르기, 안면 마비 부작용'을 강조했다. 그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먼저 백신을 접종하며 국민들을 안심시켰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생산국 선(先) 접종'을 말하며 백신 계약 늑장이유에 대해 변명했다. 같은 시기 싱가포르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아시아 최초로 화이자 백신을 공급받았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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