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사 ING가 “내년에 달러 가치가 5~10%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달러 가치가 이만큼 떨어진다는 건 한국 투자자가 미국 종목을 매수해 5~10% 수익을 낸 뒤 매도·환전하면 본전(환헤지 효과 제외)이라는 얘기다.
2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ING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내년 달러 가치 약세 전망을 발표했다. ING의 외환전략가 프란체스코 페솔은 “지난 3월부터 계속된 달러 가치 하락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국가간 무역을 회복시키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당분간 경기부양책을 중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요 6개국(유럽연합, 일본, 영국,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3월 9일(94.89)부터 그달 19일(102.99)까지 8.54% 급등했다. 그러나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해 이달 22일(90.65)까지 11.98% 주저앉았다. 지난 17일에는 89.82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2018년 4월20일(90.32) 이후 최저치다.
영국 투자회사 싱크마케츠(ThinkMarkets)의 애널리스트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달러 매도세의 가장 큰 배경은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주의”라며 “특히 성장세를 반영할 수 있는 원자재 가격과 신흥국 통화 가치가 상승했다”라고 말했다.
영국 투자회사 캐피탈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이코노미스트 조나스 골터만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달러 약세가 지속됨으로써 세계 경제가 회복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과 같은 고위험 자산이 유리한 환경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라자크자다는 “회복이 생각보다 늦어져 투자심리가 악화되면 달러 가치가 다시 오를 수 있다”며 “연준이 긴축 기조로 돌아서는 것, 코로나19 백신이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은 것, 백신 배포가 잘 안되는 것 등이 주요 위험(리스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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