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성장 및 산업 발전의 과정은 기업가정신의 발현과 함께했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고, 1950년 6·25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는 가히 세계 최악이라고 해도 될 만큼 빈민국이었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장군의 말은 우리나라의 참혹했던 상황을 잘 대변해준다.
“대한민국이 전쟁에서 회복되려면 최소한 100년은 걸릴 것이다.”
맥아더 장군뿐 아니라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종군기자로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영국 타임지 기자 역시 한국의 미래를 절망적으로 봤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의 꽃이 핀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나길 바라는 것과 같다.”
1960년대 우리 경제 수준은 아시아에서도 하위권으로, 필리핀을 동경의 대상으로 여길 정도였다. 당시 필리핀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60.2달러였고, 우리나라는 91.6달러였다. 1인당 GDP 수치만으로도 필리핀은 우리나라보다 세 배 정도 잘살았다. 1961년의 필리핀은 우리에게 선진국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기간 내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는 경쟁 촉진적 국정 운영이 경제 환경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창업 1세대의 기업가정신이 더해지면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그 덕분에 인적 자원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우리나라가 강력한 국제 경쟁력을 갖추며 선진 공업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사실상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이 지나온 역사는 기업가정신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창업 1세대 기업가들은 막강한 산업 인프라와 자본, 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도 쉽게 하지 못한 대규모 투자를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도전정신으로 감행했다. 불모지에 가까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혁신적인 발상과 불굴의 의지로 온갖 시련을 극복한 결과물이 지금의 우리나라 대기업이다. 삼성, 현대, LG, SK, 포스코 등이 오늘날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창업 1세대들의 기업가정신이었다. 국내외 경영학계도 우리나라 창업 1세대의 기업가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연구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이며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은 긍정적인 사고와 자본주의에 우호적인 사회경제 생태계다. 전쟁 직후만 해도 모두 폐허 속에서 살아남겠다는 생존 욕구만이 강렬했던 시기였다. 이 생존 욕구를 성취 욕구로 바꾼 것이 1960년대의 정책적 인센티브였다. ‘잘살아보세’로 대변되는 슬로건 하에 열심히 노력하면 현재 상태를 개선하고 더 나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보편적 믿음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렸다. 즉 성취욕과 성공 체험의 선순환을 통해 기업가정신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던 것이다. 높은 성취욕이 기업가정신을 발현시키고, 이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과감히 도전하고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피드백 사이클이 가속화됐다. 그 결과가 전 세계가 놀란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 과정이다.
지금도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면서 다양한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이제 새롭게 기업가정신을 발현할 시기다. 새로운 경제발전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누차 강조했다시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시대에 맞는 기업가정신의 발현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기회를 잡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장밋빛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는 자에게 성공의 결실을 가져다줄 리 만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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