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가계 빚 규모가 사상 처음 명목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넘어서는 등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한국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것으로 전망됐다.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자영업 가구도 내년에 5만 곳을 웃돌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코로나19 사태가 가계부채·한계기업·자영업자 등 국내 경제의 ‘약한 고리’에 강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5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비율은 2017년 말 89.4%였지만 2018년 91.8%, 2019년 95.2%로 90%대에 들어섰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다 부동산 및 주식 매입 자금 마련 수요 확대마저 겹치면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 사상 처음 100%를 돌파했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 경기회복세가 더뎌지면 이처럼 증가한 가계부채는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기업별 부도 확률도 올해 1.41%에서 내년 1.59%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회복세 약화 우려로 기업 경영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기업 신용위험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란 예·적금을 깨고 주식 등 금융자산을 팔아도 먹고사는 기본적 씀씀이와 만기도래 차입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모든 자산을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어 사실상 파산하는 자영업 가구 비중도 올해 2월엔 전체의 0.4%였지만 내년 말엔 2.2%(약 5만3600가구)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자영업 가구는 부채를 갚기 위해 운영하는 가게를 폐업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고려할 때 내년 많게는 자영업자 5만 명이 가게를 닫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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