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높인 美·유럽 중고차 시장, 신차의 두 배

입력 2020-12-25 17:08   수정 2020-12-26 01:02

미국과 유럽의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의 두 배가 넘는다. 성장이 정체된 국내 중고차 시장과는 대조적으로 매년 커지며 주요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적극 참여하면서 품질과 투명성을 높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중고차 판매 대수는 4081만 대에 달했다. 1706만 대인 신차 시장의 2.4배에 달한다. 연간 판매액도 8406억달러(약 932조원)로 신차 시장(약 706조원)을 크게 웃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중고차 거래 대수는 지난해 720만 대로 신차 판매 대수(361만 대)의 약 두 배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중고차 시장은 자동차산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키우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이는 시장 참가자들이 소비자에게 ‘중고차도 믿고 살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준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미국에서는 완성차 업체가 매장에서 신차와 함께 중고차도 판매할 수 있다. 5~6년 안팎의 중고차를 대상으로 정밀 성능 점검 및 수리를 거친 뒤 무상보증기간을 연장한 ‘인증 중고차(CPO)’를 판매한다. 100~200여 개의 항목을 정밀 점검하는 만큼 품질과 서비스 수준이 우수하다. 독일은 완성차 업체들이 아예 중고차 전용 브랜드와 전시관을 운영한다. 이들 업체가 판매하는 CPO는 독일 전체 중고차 시장의 20%에 육박한다.

고객이 접근할 수 있는 중고차 정보도 구체적이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고유의 식별번호(VIN)를 입력하면 명의자 변경 내역은 물론 주행거리, 사고 수리 내역을 파악할 수 있는 차량이력조회 보고서 ‘카팩스Carfax)’ 리포트를 제공한다. 개인 정비·수리 내역, 제조상 결함 및 리콜 이력, 택시 또는 렌터카 사용 여부, 폐차 판정까지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시장 참여는 중고차 품질을 향상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미국 중고차딜러연합회(NIADA)는 완성차 업체들이 제공하는 CPO에 자극을 받아 자체 인증 중고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최대 중고차 판매업체인 카맥스도 125개 항목에 대한 자체 성능 점검 시스템을 갖추고 보증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전문 유통업체와 판매딜러들도 완성차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엄격한 성능 점검과 품질 보증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전체 시장의 품질과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차산업의 외연도 확장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차량 점검, 중고차 재고 관리를 위한 정보기술(IT) 솔루션, 중고차 구독 서비스 등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완성차 업체의 진출을 계기로 중고차산업이 단순 매매업에서 벗어나 고도화됐다”며 “미국과 유럽처럼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입을 허용해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신산업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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